◇추미애 취임부터 "총장이 제 명 거역"…갈등의 서막
조국 전 장관의 후임으로 1월 2일 임기를 시작한 추미애 장관은 약 1주일 만인 8일 검사장들의 인사를 단행했다.
'조국 수사'를 지휘한 한동훈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위시로 배성범 당시 중앙지검장 등 속칭 '윤석열 라인' 검사들은 지방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이들이 떠난 자리는 검찰 내에서 친(親)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이성윤 중앙지검장,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당시 대검 반부패부장) 등이 각기 승진하거나 수평이동해 채웠다.
이를 두고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해 초장부터 기선제압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윤 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인사를 단행했다는 지적에 추 장관은 "검찰총장이 저의 명을 거역한 것"이라는 수위 높은 발언으로 장관과 총장은 수직관계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향후 치열하게 전개될 '추윤 갈등'의 서막이 오른 셈이다.
추 장관이 부임한 1월 내내 정권을 겨눈 수사에 대한 사건 처리 방향을 두고 윤 총장의 대검과 이 지검장의 중앙지검 간 불협화음이 계속됐다. 조 전 장관 아들 입시 비리 의혹에 연루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하명 수사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기소 여부를 놓고 벌어진 내부 충돌이 대표적이다. 이때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대척점에 선 이 지검장의 손을 들어줬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은 같은해 3월 MBC가 보도한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이동재 전 채널 A 기자가 유시민 비위 의혹을 캐내는 과정에 윤 총장의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이 동참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가 첫 보도로부터 약 한 달 뒤인 4월 28일 채널 A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하며 수사의 포문을 열었다.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두고 중앙지검 수사팀과 대검의 입장이 엇갈린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윤 총장은 권한을 일임한 대검 부장회의에서도 결론이 안나자 6월 19일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결정했다.
이에 추 장관은 6월 25일 한 검사장에 대한 직접 감찰에 착수한 데 이어 7월 2일 "대검은 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고 중앙지검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하라"며 윤 총장에 대한 첫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지난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휘권을 발동한 지 15년 만이다.
윤 총장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지휘권 발동 바로 다음날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했고 검사장들은 "독립적 특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추 장관은 강경했다. 재차 "좌고우면 말고 지휘를 이행하라'며 압박했고 결국 윤 총장도 자신에게 중앙지검 수사팀에 대한 지휘권이 상실됐음을 인정하며 사태는 일단락된 듯 했다.
물론 이후에도 정진웅 차장검사(당시 중앙지검 형사 1부 부장검사)가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칩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독직폭행' 논란 등에서 대검과 법무부의 시각이 첨예하게 엇갈리며 갈등의 불씨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어지던 긴장관계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10월 16일 폭로한 '검사 술접대' 의혹을 거치며 더이상 봉합할 수 없는 수순에 접어들었다.
추 장관은 같은달 19일 오후 윤 총장에게 라임 관련 제기된 검사 술접대 의혹과 함께 윤 총장 본인 및 가족이 연루된 사건들에서 '손을 떼라는' 수사지휘권을 재차 행사했다. 표면적으로는 "장기간 사건의 실체와 진상에 대한 규명이 이뤄지지 않아 많은 국민들이 수사의 공정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는 이유를 댔지만 이는 사실상 윤 총장에 대한 퇴진을 요구하는 '최후통첩성' 경고로 해석됐다.
윤 총장은 이번에도 버텼다. 오히려 사흘 뒤 대검찰청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 나서 "법리적으로 검찰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검사들이 대놓고 말을 안해서 그렇지 일선에서도 (장관의 지휘가) 전부 위법·부당하다고 생각한다"는 등 추 장관의 조치에 대해 노골적인 반발감을 드러냈다.
그러자 추 장관은 더욱 강도 높은 압박에 나섰다. 국감과 SNS 등을 통해 윤 총장을 연일 저격하며 결국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11월 중순 법무부 감찰관실은 평검사를 보내 통해 윤 총장에 대한 대면조사 시도에 나섰지만 대검의 반발로 불발됐다.
추 장관은 기다렸다는 듯 같은달 24일 결국 윤 총장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 및 징계 청구에 나섰다. 그 근거로는 '재판부 사찰 의혹'을 비롯해 △언론사 사주(홍석현 JTBC 회장)과 부적절한 접촉 △채널A 사건·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수사 방해 △총장 대면조사 협조 의무 위반 △정치적 중립에 관한 위엄과 신망 손상 등을 들었다.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헌정 사상 첫 직무정지다.
윤 총장은 대검 대변인실을 통해 추 장관의 발표 직후 곧바로 "위법·부당한 처분에 대해 끝까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소송전을 예고했다.
윤 총장은 직무가 정지된 지 하루 만인 11월 25일 서울행정법원에 효력 집행정지 신청 및 직무정지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법원이 다음달 1일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받아들이면서 윤 총장은 일주일 만에 우선 검찰총장 직무에 복귀하게 됐다.
법원의 판단에 앞서 열린 법무부 감찰위원회에서도 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소명 기회도 부여하지 않는 등 절차의 중대한 흠결로 인해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직무배제·수사의뢰 처분은 부적정하다"는 결론이 나오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추 장관 또한, "충분한 절차적 권리와 방어권 보장을 위해 검찰총장의 요청을 받아드린다"며 예정된 징계위원회를 2일에서 4일로, 4일에서 10일로 두 차례 연기하며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과정을 거치며 징계위의 구성부터 절차까지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 가운데 지난 10일 첫 징계위가 10일 열렸다. 하지만 윤 총장 측의 징계위원 기피신청에 대한 판단 및 증인 채택 여부 등 절차적인 부분만 논의한 채 징계 여부는 결론내지 못했다.
그리고 5일 뒤인 15일 2차 심의에서 징계위는 자정을 넘긴 '마라톤' 심의 끝에 16일 새벽 결국 윤 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을 의결했다. 추 장관 취임 후 약 11개월, 일수로는 350일 만에 내려진 결론으로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