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잃은 죄책감에 세상떠난 소방관…국립묘지 안장 승인

4년 전 태풍 차바 때 함께 출동한 동료 죽음에 고통받다 지난해 숨져
공무원 위험직무순직 인정에 국가유공자로도 등록

고 정희국 소방위(왼쪽)와 고 강기봉 소방교의 생전 모습. (사진=연합뉴스)
구조 활동 중 동료를 잃은 죄책감에 극심한 심적 고통을 겪다 결국 세상을 등진 소방관이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15일 울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11월 25일 국가보훈처가 고(故) 정희국 소방위의 국립묘지 안장을 승인했다.


정 소방위의 유족이 10월 28일 국가보훈처에 국립묘지 안장 신청을 하고, 울산 소방이 필요한 증빙 자료를 제공한 것에 따른 결정이다.

정 소방위는 현재 울산 한 공원묘원에 안장돼 있으며, 내년 봄 대전 국립묘지로 이장될 것으로 전해졌다.

정 소방위는 앞서 11월 6일에는 국가보훈처로부터 국가유공자로도 등록됐다.

직무 수행 중 사망이 아닌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 국가유공자로 인정된 사례는 소방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울산 소방은 설명했다.

지난 5월 인사혁신처도 정 소방위에 대한 위험직무순직을 인정한 바 있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공무원에 대해 일반 순직이 인정된 경우는 있었으나 위험직무순직이 인정된 것도 정 소방위가 처음이다.

당시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심의위원회는 정 소방위가 동료를 잃은 뒤 극심한 심적 고통을 겪는 등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아왔다는 점에서 구조 활동이라는 위험 직무가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고 판단했다.

정 소방위는 2016년 10월 태풍 '차바' 당시 구조 활동에 함께 나선 후배 고 강기봉 소방교가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숨진 이후 죄책감에 시달리다 지난해 8월 울산 한 저수지 옆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 소방위는 동료이자 가장 아꼈던 동생의 죽음을 막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며 죄책감에 고통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이후 꾸준히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으며 죄책감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그는 생전 "나만 살아남아서 기봉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지인들에게 하기도 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캐비닛 속에는 강 소방교의 근무복 상의가 함께 걸려 있는 것이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울산 소방은 지난달 9일 제58주년 소방의 날을 맞아 정 소방위에게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울산 소방 한 관계자는 "정 소방위의 국가유공자 등록과 국립묘지 안장이 이뤄져 울산 소방 공무원들이 마음에 있던 짐을 그나마 덜게 됐다"며 "그동안 모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감사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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