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의붓딸 성폭행해놓고…계부 "합의한 성관계"

법원, 징역 15년 선고…전자발찌 부착명령 청구는 기각

그래픽=안나경 기자
수년간 어린 의붓딸을 성폭행한 30대 계부가 중형을 받았다. 피해자가 감당해야 할 고통은 컸지만, 피고인은 재판에서 "합의한 상태에서 성관계를 했다"고 하는 둥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13세 미만 미성년자 준강간, 성착취물제작·배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문모(37)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함께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과 장애인복지시설에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아울러 관할 기관에 신상정보도 등록하도록 했다.


문씨는 2018년 3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제주시 자택 등지에서 A양을 8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다. 아울러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성관계 장면을 수차례 강제로 촬영한 혐의도 있다.

특히 문씨는 범행 과정에서 A양에게 "평생 우리 둘만의 비밀이다.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우리 가족 다 죽는다"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또 성관계를 거부하면 가족에게 욕설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문씨는 제주시 자택에서 A양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파리채 등으로 때렸다. 지난해 10월 31일엔 A양의 얼굴 부위를 30여 차례 무차별적으로 가격하기도 했다.

그래픽=고경민 기자

두려움에 떨었던 A양은 경찰에 신고도 하지 못한 채 오랜 시간 혼자 속으로 끙끙 앓았다.

A양은 경찰 조사에서 "괴로운 마음에 팔에 자해를 했다" "메모를 해놓은 후 신고할까 고민했지만, 횟수가 너무 많아서 포기했다" "아빠가 감옥 가면 가족이 힘들어져서 신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어린 피해자가 감당해야 할 고통은 컸지만, 문씨는 재판 과정에서도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며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했다. "피해자와 합의한 상태에서 성관계를 했다"고 하는 둥 변명했다.

특히 문씨는 감형을 받기 위해 반성문을 여러 차례 재판부에 제출하면서도 피해자를 두고 "성적으로 문란하고 먼저 성관계를 요구해왔다"고 주장하는 등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어린 나이 때부터 반복적으로 성폭력을 당해 사실상 반항을 포기한 채 피고인으로부터 벗어날 만만 기다리다가 괴로움에 자해까지 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자신의 억울함만 호소했다"고 지적했다.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안 모습. 고상현 기자

재판부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는 피해자에게 정신적‧육체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주고, 평생에 걸쳐 피해자의 정신적‧신체적 발달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형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이 청구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명령에 대해선 기각했다.

재판부는 "징역형의 실형 선고와 함께 피고인의 신상정보를 등록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취업제한을 명령하는 것만으로도 재범 방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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