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2단독 이동욱 부장판사는 지난 9일 전 남자친구 A(50)씨의 왼쪽 가슴을 찔러 전치 4주의 상해를 입힌 B(50)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특수상해 혐의로 함께 기소된 A씨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범행물품인 가위를 압수했다.
앞서 B씨는 지난해 8월 16일 자정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남자친구 A씨의 집을 찾았다. A씨가 '헤어지자' 한 데 불만을 품은 B씨는 A씨 집 안에 있던 샴푸통과 생활용품을 집어던지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에 화가 난 A씨는 총 18cm 정도 길이의 문구용 가위로 B씨의 머리카락을 2~3차례 자른 이후 B씨를 넘어뜨리며 주먹 등으로 얼굴을 2회 때린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A씨는 "너 오늘 끝장나보자. 죽여버리겠다" 등의 말로 위협하며 B씨를 침대에 쓰러뜨리고 올라타 거의 1시간 동안 머리와 뺨을 구타하는 한편 목까지 조른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B씨가 A씨에게 가위로 상처를 입힌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당시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폭력을 저지하기 위한 행위이므로 정당방위 내지 과잉방위에 해당한다"며 "피고인이 가위로 가슴을 찌른 행위는 A씨가 계속해 피고인에게 일방적이고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가하며, 심지어 가위까지 들고 머리를 자르는 공격을 가해 신체 및 생명에 대한 절대적 위협을 당하는 상황에서 추가공격을 제지·방위하기 위해 필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목적이나 태양 등에 있어 공격적 성격이 미미하고 오히려 반격 방어행위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러한 방위행위는 사회적으로 상당한 범위 내에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정당방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B씨는 수사과정에서 '이렇게 맞다가는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있는 힘껏 A씨의 가위를 빼앗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A씨가 가위를 낚아채려 해 그를 밀치는 과정에서 A씨가 가위에 찔린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이는 A씨가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과도 대동소이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맥락에서 재판부는 B씨에 대한 A씨의 혐의는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봤다.
이어 "다만, 피고인 A씨가 B씨의 행위에 순간 분노해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그 과정에서 A씨도 B씨로부터 가위에 찔리는 중상을 당한 점, 20년 전 벌금 처벌을 받은 것 외 전과가 없는 점,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참작한다"고 양형사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