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방송된 KBS 2TV '대화의 희열3'에서는 지난주에 이어 '한국 포크송 대모' 양희은과의 두 번째 대화가 펼쳐졌다. 이날 방송에서 양희은은 가난과 시련으로 짓눌렸던 51년 음악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시련과 풍파를 모두 견뎌내고 우뚝 선 '느티나무' 같은 양희은의 인생사가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양희은의 20대는 가난과 빚의 연속이었다. 돈을 벌기 위해 가수의 길을 선택한 양희은은 송창식의 소개로 일자리를 찾았고, 여러 인연을 거쳐 전설의 제작자 킹박과 만났다. 첫 앨범부터 대박이었다. 그러나 양희은은 "돈은 그 분만 벌었다. 계약금 250만 원을 볼모로, 1973년부터 1978년까지 한 푼도 못 받고 앨범을 냈다"고 털어놔 충격을 안겼다.
킹박과의 원수 같은 인연은 계속됐다. 킹박은 양희은에게 돈을 주기로 약속하고 미국으로 도망을 갔다고. 양희은은 킹박을 원망하면서도, 미국에서 홀로 쓰러진 그를 간호했다고 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양희은은 킹박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말하며, "어쨌든 내 음반을 내게 해줬으니까. 거기서 가수로서 운명이 시작된거니까"라며, "귀여운 도둑놈이다. 밉지 않다. 그렇다고 좋지도 않다"라고 밝혔다.
20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양희은은 30살에 또 한번 인생의 위기를 맞았다. 난소암 말기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 양희은은 "수술하면서 7~8㎏이 빠졌다. 종양이 9개월 아기만한 크기였다"라고 회상하며, "죽고 싶다고 죽어지는 것도 아니고, 살고 싶다고 살아지는 것도 아니더라"라고 당시 심경을 말했다. 삶의 경계에서 양희은은 인간 관계도 정리하고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그러나 7년 후 암이 재발했고, 양희은은 두 번의 암 치료로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됐다. 양희은은 "씁쓸했는데 한편으로 안심되기도 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엄마 역할에서 벗어나게 됐다. 그게 좋았다"라고 회상했다. 뿐만 아니라 위기 속 인연을 맺은 의사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호르몬 치료로 목소리가 변할 수도 있었는데, 의사 덕분에 지금의 목소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는 양희은은 2014년부터 후배들과 컬래버레이션 음반 '뜻밖의 만남' 프로젝트를 하게 된 배경도 설명했다. 자신이 가진 음악적 한계, 틀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전이었다. 반세기 노래를 부르고도,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양희은이었다.
이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본 양희은은 이제는 좀 편안해 보인다는 유희열에 말에 "자연스레 놓아진다. 다 괜찮아. 그러라 그래. 그럴 수 있어"라는 말로 자신의 우여곡절 많은 인생을 정리했다. 인생 선배 양희은이 툭 던진 이 말은, 삶이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든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이기도 해 더욱 큰 울림을 안겼다.
마지막으로 김중혁은 "'노래를 어떻게 불러야 하나요?' 할 때 '소리 반, 공기 반'이라고 말하는데, 양희은 선생님은 '소리 반, 삶 반'인 것 같다. 한편으로는 '소리 반, 공기 반'에서 공기가 '밥 공기'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통찰력 가득한 멘트로, 양희은을 웃게 했다. 이날 대화를 통해 풀어낸 '소리 반, 삶 반' 51년 양희은의 음악 인생은 시청자들에게 진한 감성과 위로를 선사했다.
'대화의 희열3' 7번째 게스트는 '골프 여제' 박세리가 출격을 예고했다. KBS 2TV '대화의 희열3'은 매주 목요일 밤 10시 40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