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계시길 바랐는데"…산사태로 매몰된 80대 女 숨진 채 발견

6일 오전 광양시 진상면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 소방대원들이 인명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사고로 주택 4채가 매몰되거나 파손됐으며 소방당국은 80대 여성 1명이 실종된 것으로 보고 구조작업을 벌였으나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박명신VJ
"살아 계시길 바랐는데 돌아가시다니 너무 안타깝습니다"

6일 오후 산사태가 발생한 전남 광양시 진상면 비평리의 한 마을이 비통으로 가득 찼다.

폭우에 따른 산사태로 이날 오전 6시쯤 A(80) 씨가 거주하던 주택 등 2채가 매몰돼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벌였으나 구조 작업 8시간 만에 오후 3시쯤 A 씨가 끝내 숨진 채 발견됐기 때문이다.

A 씨 가족들은 진흙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했고 A씨가 살아 돌아오기만을 바라던 마을 주민들도 "살아계실줄 알았는데 불쌍해서 어떡해"라며 애통해했다.

유모(72)씨는 "비가 안 왔으면 그 시간이면 다들 논으로, 밭으로 나가서 안전했을텐데 이게 무슨 일이냐"며 "진정이 안되어서 청심환까지 먹었는데 아직도 몸이 떨린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매몰된 또다른 주택에는 4명이 거주했으나 1명은 병원 치료로 출타 중이었고 3명은 대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마을 주민들은 이번 산사태가 단순히 폭우로 인한 자연 재해가 아닌 '인재' 가능성에 한 목소리 내고 있다.

6일 오전 광양시 진상면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 소방대원들이 인명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박명신VJ
사고가 발생한 공사 현장은 한 공사 업체가 단독주택 3채를 짓기 위해 지난 2019년 4월 허가를 받고 공사를 시작했는데 공사 현장은 주택들이 있는 경사면 상부에서 진행되면서 비가 오면 토사가 흘러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공사장에서 돌덩이가 굴러 민가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주민들은 공사 중지 또는 취소를 요구하는 민원을 3~4차례 광양시청에 제기해왔다.

주민 이모(74)씨는 "공사로 소음, 먼지는 말할 것도 없고 한 번은 큰 돌이 굴러 내려와서 시에 민원을 넣었다"며 "이후 제대로 된 조치가 있었으면 이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공사장에서 굴러 내려온 돌로 인해 파손된 부분은 공사장 관계자가 집을 방문해 수리를 해줬으나, 광양시는 후속 조치를 진행하지 않았다.

지난 6월 주민은 공사장에 대한 민원을 다시 제기했으며 광양시는 현장 점검에 나섰다.  

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시는 공사업체와 토목설계업체 측에 사면 안전성 검토를 통한 객관적 자료가 필요하다고 제안했으나, 법적으로 강제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결국 시는 배수로를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는 민원에 대한 대응을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광양시 관계자는 "공사 업체에 사면 안정성 검토를 받으라고 요구했지만 업체 측은 법적 의무 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안전성 검토 제안을 거부했다"며 "이에 배수로를 설치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도 이번 사고가 공사현장 붕괴면에서 흘러내린 토사에 밀린 윗집이 아랫집까지 덮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현경 광양소방서장은 현장 브리핑을 통해 "사고는 마을 위쪽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세대주택 공사현장 경사면의 토사가 흘러내려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토사 흘러내림을 방지하기 위한 축대가 세워져 있었지만 막지 못했고 위쪽 집을 먼저 덮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광양시는 현장이 수습되는 대로 공사 관계자 등을 불러 부실시공 및 안전조치 위반 등 정밀 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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