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조작→제작진 실형…'아이돌학교' 피해자 보상 계획은?

CJ ENM "'아이돌학교' 피해자 파악 노력, 보상 계획 합리적 검토"
음악 산업 활성화 자금 조성·시청자위원회 및 외부 참관인 제도 도입·외부 플랫폼 투표 진행
열악한 촬영 현장 문제 제기엔 "사전 제작 환경 체크 등 노력 기울여"

2017년 7월부터 9월까지 방송한 엠넷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돌학교'.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너희들은 모두 예쁘다'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11주 동안 학교 생활을 거쳐 졸업(=데뷔)하는 구성이었다. '아이돌학교' 공식 SNS
엠넷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돌학교'의 투표 조작이 드러나 제작진이 실형을 받은 가운데, CJ ENM 측이 피해자들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보상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0일 열린 엠넷 '아이돌학교' 공판에서 업무방해와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모 CP에게 징역 1년, 업무방해 및 사기 방조 혐의를 받은 김모 전 기획제작국장에게 1천만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지난 2019년 9월 '아이돌학교' 생방송 유료 문자 투표에 참여한 시청자들로 구성된 '아이돌학교 진상규명위원회'가 CJ ENM 소속 성명불상의 직접 실행자들을 경찰에 고소·고발한 지 1년 10개월여 만이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김 CP가 △2회 때 40명 중 33명 △4회 때 40명 중 39명 △5회 때 32명 중 26명 △6회 때 32명 중 27명 △7회 때 28명 중 21명 △8회 때 28명 중 27명 △9회 때 28명 중 26명 △10회 때 18명 중 17명 △11회 때 18명 중 17명 순위를 임의 조작해 위계로써 '아이돌학교' 방송 제작과 아이돌 그룹 멤버 선발·데뷔·육성에 관한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았다.

또한 판결문에는 △32위 안에 진입한 출연자 A, B, C를 탈락시키고 32위 밖으로 탈락해야 하는 출연자 D, E, F를 출연하게 함 △28위 안에 진입한 출연자 G, H를 탈락시키고, 28위 밖으로 탈락해야 하는 출연자 I, J를 출연하게 함 △18위 안에 진입한 출연자 K, L을 탈락시키고, 18위 밖으로 탈락해야 하는 출연자 M, N을 출연하게 함 △9위 안에 진입한 출연자 O, P, Q를 탈락시키고, 9위 밖으로 탈락해야 하는 출연자 R, S, T를 최종 데뷔조인 걸그룹으로 활동·관리하게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중 신원이 공개된 출연자는 이해인(O)이다.
 
'아이돌학교' 1심 판결 후 엠넷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 심려 끼쳐 죄송하다"라는 입장을 냈다. '아이돌학교'로 데뷔한 걸그룹 프로미스나인의 활동 방향에 관해서는 "이번 사안에 대한 책임은 저희에게 있고 데뷔조로 활동해 온 프로미스나인 멤버들은 잘못이 없다"라며 "프로미스나인은 앞으로도 활동을 지속해나갈 예정이다. 아티스트의 성장 및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구체화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CBS노컷뉴스는 CJ ENM에 '아이돌학교'로 발생한 피해자를 파악하고 있는지, 피해자들을 위해 어떤 보상안을 계획 중인지, 재발방지책을 마련했는지를 문의했다. 1심 판결 때 검찰이 제출한 문건 목록 제목(예 : '아이돌학교 170605 음악신인개발팀 전속계약 체결의 건 1차' 등)을 근거로, 방송 시작 전부터 출연자와 전속계약 혹은 양수도 계약을 한 것은 처음부터 제작진 뜻대로 데뷔조를 만들려고 한 것 아니냐는 '아이돌학교 진상규명위원회'의 주장 관련해서도 확인을 요청했다.

우선, 피해자 보상에 관해 CJ ENM은 "피해자 1명(이해인)은 법정에서 공개된 것으로 확인했다. 나머지 피해자들도 적절한 방법을 통해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책임감을 가지고 보상 계획을 합리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과와 재발방지책에 관해서는 이미 지난 2019년 12월 30일 허민회 CJ ENM 대표이사 기자회견에서 제시했다는 게 CJ ENM 설명이다. '프로듀스' 시리즈와 '아이돌학교' 건이 개별적인 것이 아니고,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벌어진 조작 의혹 전반에 관해 사과했다는 것이다.

CJ ENM은 오디션 프로그램 조작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KC벤처스와 'KC 비바체 투자조합'을 결성해 음악산업 생태계 활성과 K팝의 지속 성장을 목적으로 253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이후 '음악산업 활성화를 위한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해, 약 500억원 규모의 국내 음악산업 활성화 자금으로 시장에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2019년 10월 15일 방송한 MBC 'PD수첩'은 'CJ와 가짜 오디션'이라는 제목으로 조작 사태를 다뤘다. 'PD수첩' 캡처
또한 "작년 4월에는 시청자들의 권익 보호 및 방송 콘텐츠의 질적 향상을 위해 학계·법조계·콘텐츠 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시청자위원회도 출범시켰다. 이는 시청자위원회 설치가 의무화돼 있는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홈쇼핑 사업자를 제외한 방송사업자 중 최초"라고 알렸다.

CJ ENM은 투표가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의 경우,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참관인 제도'를 도입해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고, 투표 결과가 방송에 정확히 반영되는지 외부 참관인이 검수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

시청자 투표는 외부 플랫폼을 통해 진행한다. 지난해 방송한 엠넷 '아이랜드'(I-LAND) 때는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에서 시청자 투표가 이뤄진 바 있다. 오는 8월 6일 첫 방송을 앞둔 새 걸그룹 오디션 '걸스플래닛999 : 소녀대전'에서는 NC소프트의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통해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이돌학교'는 투표 조작 의혹뿐 아니라 촬영 환경 관련 폭로도 나왔다. 2019년 10월 방송한 MBC 'PD수첩'은 △방송에 나온 이른바 '내무반' 숙소는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먼지가 많아 피부병이 날 정도였고 △미성년인 출연자가 있었음에도 한밤중·새벽 촬영이 이어졌으며 △촬영 중 건강이 악화돼 하혈을 하거나 생리가 끊기는 경우도 있었고 △인터넷 라이브 방송 중에는 '감금' '탈락' '조작' 등의 단어를 금지어로 설정해 말하지 못하게 했다는 출연진의 발언을 전했다.

비인격적인 대우와 열악한 촬영 환경에 관한 문제 제기가 나온 만큼 관련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지 묻자, CJ ENM은 "프로그램 특성상 단체 생활을 하다 보니 생활 수칙이 있었고, 이에 불편함을 느꼈을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참가자들이 나은 환경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사전에 제작 환경을 체크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방송 전부터 계약을 맺은 건을 두고는 "출연자 40인에 대해 모두 전속계약 의향을 타진했고, 본인의 희망에 따라 계약을 진행했다. 이 사건 공소사실이나 판결문에도 '아이돌학교 진상규명위원회'의 주장과 같은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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