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오피스텔 감금살인' 일당 기소…"잠 안 재우기 고문도"

오피스텔 친구를 감금·살해 혐의를 받는 안모(21)·김모(21)씨. 이한형 기자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에서 함께 살던 친구를 가두고 가혹행위를 가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2명이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의 동태를 이들에게 전해 범행을 도운 동창생도 불구속 기소됐다.
 
9일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이상현 부장검사)는 고등학교 동창인 피해자 A씨를 마포구 연남동 오피스텔에 감금하고 폭행, 사망케 한 혐의를 받는 안모(21)씨와 김모(21)씨를 전날 구속 기소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강요·공동상해·공동공갈), 영리약취 등이다.
 
앞서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노트북 파손' 등을 이유로 피해자 A씨를 협박해 4차례 '허위 채무변제 계약서'를 작성하게 했다. 청소기나 휴대전화로 A씨를 구타해 전치 6주의 상해 등도 입혔다. 
 
지난해 11월 대구에 있는 A씨의 가족으로부터 상해죄로 고소당하기도 한 두 사람은 '고소 취하'와 '금품 갈취'를 목적으로 A씨를 서울로 유인해 자신들의 지배력 아래 뒀다. 당초 대구 달성경찰서에서 수사했던 이 사건은 안씨와 김씨의 거주지가 있는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이첩됐다.
 
올 1월 말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기도 했던 두 사람은 고소사실에 앙심을 품고 '고소 취하 계약서'를 작성하게 하는 등 A씨가 직접 경찰에 고소를 취하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도록 압박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 5월 27일 안씨와 김씨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치 않다 보고 불송치(무혐의)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지난 4~6월 A씨에게 휴대전화 개통과 판매를 강요하거나 휴대전화 소액결제를 하는 방식 등으로 약 578만원을 가로채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피스텔에서 친구를 감금·살해 혐의를 받는 안모(21)·김모(21)씨. 이한형 기자
지난 3월 말 A씨를 연남동 오피스텔에 데려온 두 사람은 피해자를 폭행하고 케이블 타이로 신체를 결박하는 등 감금을 이어갔다. 식사도 거의 제공받지 못한 A씨는 지난달 초 영양실조 등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특히 검찰 수사 결과, 경찰 수사단계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잠 안 재우기 고문'도 추가로 파악됐다. 
 
안씨와 김씨는 이처럼 허약한 상태의 A씨를 화장실에 가두고 알몸에 물을 뿌리는 등 가혹행위를 계속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A씨는 지난달 13일 폐렴 및 영양실조로 숨졌다. 당일 새벽 나체로 숨진 채 발견된 A씨는 겨우 34kg밖에 되지 않는 심각한 저체중 상태로 몸 곳곳에 폭행 흔적이 남아 있었다. 
 
당시 안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들을 긴급체포했고, 살인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안씨와 김씨의 범행을 도운 동창생 B씨도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B씨는 지난 3월 대구에 머물던 피해자 A씨가 외출하는 시간을 두 사람에게 알려 이들이 A씨를 서울로 데려갈 수 있도록 도운 혐의(영리약취방조)를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송치 이후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통화 녹음·동영상 등의 추가분석, 피고인 조사 등을 통해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상대로 장기간 감금하며 폭력·강요·공갈 등 가혹행위를 지속적으로 자행해 사망케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면 고문' 등 심각한 수준의 폭력행위들을 추가로 밝히고 피해자 사망 당시의 구체적 상황 등을 명백히 해 피고인들의 보복 목적 살해고의를 명확히 규명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유족의 주거지 인근 검찰청에서 장례비 지급, 심리상담 등 지원을 받도록 조치했고 향후에도 유족구조금 지급 등 피해자 지원에도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며 "피고인들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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