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베이징 관광지 가득 메운 노 마스크 인파와 한중 관계[베이징 노트]

안성용 기자
지난 10일 낮 중국 수도 베이징의 중심 톈안먼 광장 아래에 있는 첸먼다지에(前門大街). 자금성의 정문 역할을 했던 정양문 앞에 펼쳐진 공방과 상점 거리로 청나라 때 가장 번화했던 곳으로 코로나19 이전 한국인의 단골 관광코스였다.
 
30도가 넘는 후텁지근한 날씨 속에서도 첸먼다지에와 주변 골목골목들을 가득 메운 '노 마스크' 인파는 하루 신규 확진자 1천 명을 연일 넘기고 있는 한국과는 사뭇 다른 중국의 코로나 상황을 보여주는 듯했다.
 
이곳만이 아니다. 중국공산당 100주년 기념 조형물을 해체하지 않은 텐안먼광장과 마오쩌둥 주석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는 톈안먼 앞도 사람들로 붐볐고 항저우에서 끌어온 대운하 물줄기의 최종 목적지인 자금성 뒤쪽 스치하이 주변 거리들도 북적였다.
 
중국 민항국은 마침 이날 올해 상반기 항공여객 운송인 2억 450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4% 증가했고 2분기 국내선 여객 수송 규모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과 동일해 전염병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금 들떠 있다. 자랑스러움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통제한 가운데 중국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도 성공적으로 마쳤겠다, 소비 회복이 더디고 생산자 물가가 치솟았다는 소식은 있었지만 최근 세계은행이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8.5%로 0.4%p 상향 조정했다는 낭보도 있었으니 중국인들의 자긍심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이런 중국에 박수만 칠 수는 없다.
 
국내에서는 지난 1일부터 해외에서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직계 가족을 만나기 위해 입국할 경우 심사를 거쳐 2주간의 격리를 면제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 주재 공관에서는 자가격리 면제서 발급 업무를 개시한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하루에만 5천여 건의 격리면제 신청서가 접수됐다.
 
하지만 베이징 대사관 영사부에는 면제업무 시작 일주일 동안 80건 정도의 신청만 들어왔을 뿐이다. 중국 전역에 있는 영사관을 합치면 숫자는 더 늘겠지만 오십보백보, 차부뚜어(差不多·비슷하다는 중국말)다.
중국 현지에서 외국 취재진들이 1차 백신을 접종받는 모습. 안성용 기자
중국에서 격리면제 신청자가 많지 않은 이유는 국내 격리는 면제되지만, 다시 중국에 나올 경우 3주간의 격리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중국백신을 접종하고도 중국에서 격리를 해야 하는 아이러니는, 온갖 요란은 다 떨었지만 정작 자신들도 자국 백신의 효능을 믿지 못하는 중국의 현실을 보여준다.
100주년 기념식에 참가자들을 백신 접종자로 제한하고서도 세 차례나 PCR 검사를 진행했으니 중국의 엄격한 방역에 혀를 내두르기보다는 중국 백신의 허점을 메우고 세상에 드러내 보이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노력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러다보니 중국에 있는 한인들 사이에서는 중국백신 접종하면 격리면제 등 혜택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맞기는 했지만 후유증은 물론 주사바늘 들어갈 때 약간도 통증도 없는 걸 보니 식염수 맞은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그러거나 말거나 백신 접종자수가 세계 최초로 10억 회를 돌파했다느니 하는 선전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선전은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집중적인 애국주의 교육을 받은 중국 젊은이들에게 여과 없이 스며들어 '공산당이 없으면 신중국도 없다'는 집단 세뇌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이 중국산 시노백 백신을 주로 사용하는 칠레에서 51%라는 높은 접종률에도 하루 5천 명가량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인도네시아 보건 의료인 90% 이상이 시노백 백신을 접종했는데 6월부터 131명이 코로나로 사망한 사실을 아는지는 의문이다.
지난 1일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공산당 창립 100주년 기념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 통일'을 이야기하며 주먹을 불끈 쥔 모습. 연합뉴스
중국은 기회가 될 때마다 일방주의에 반대하고 유엔 등 국제법에 입각한 다자주의를 주장한다.
 
미국의 일방적 제재와 패권주의를 반대하고 서방국가들이 편을 짜서 중국을 괴롭히지 말고 유엔헌장에 근거해 다자주의를 실천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제사회 흐름과 달리 막무가내로 항공편을 폐쇄하고, 코로나 통제에 성공했다고 자랑하면서도 몇 안 되는 입국자를 3주간이나 시설에 가두다시피 하는 중국이야말로 다자주의에 역행하는 일방주의 국가다.
 
8월에 중국발 한국행 비행기 좌석은 이미 동이 난 상태다. 미국으로 떠나려는 유학생들이 중국 내에서 미국으로 직항하는 항공편이 태부족하자 한국을 경유해 미국으로 가기 때문이다.
 
미국 등지에서 코로나가 유행했을 때는 반대 현상이 벌어졌다. 코로나를 피해 귀국하려는 유학생들이 한국을 경유지로 삼으면서 이때도 비행기 티켓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이 전 세계, 특히 주변국들에 끼치는 민폐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럼에도 중국공산당과 정부, 매체들은 못 본 체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
 
사드 보복으로 감정도 많이 상했겠다, 마음 같아서는 중국을 등지고 미국 쪽으로 확실하게 좌표 이동을 했으면 좋겠지만 그래서는 안 되고 그럴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이 분명하고 경제·사회·문화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상황에서 중국에 척을 지면 지금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첸먼다지에와 톈안먼광장, 스치하이를 가득 메운 노 마스크의 중국인들 속에서 코로나 이후 자만심이 더 세진 중국과 우리나라의 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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