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코로나19 '4단계 격상' 첫날…오후 6시 이후 사실상 '통금'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된 첫날인 지난 12일, 서울 연남동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허지원 기자
"점심 때 보통 130~140명이 오는데 오늘은 80명도 안 왔어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된 첫날인 12일, 서울 강남구에서 한식 뷔페집을 운영하는 김모(58·여)씨는 울상을 지었다. 근처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100여명 나오면서 여파를 그대로 맞았기 때문이다. 가게를 운영한 지 3개월 됐다는 그는 "홀에 사람이 하나 와야 하는데 없어도 되니까 오지 말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이어 치솟으면서 정부는 최고 수준인 거리두기 4단계를 꺼내 들었다. 사적 모임은 오후 6시 전까지 4인, 오후 6시 이후부터는 2인까지만 허용된다.

상인들은 가뜩이나 줄어든 매출에 또 다시 '직격타'가 왔다고 우려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백반집 사장인 양은미(50·여)씨는 "점심 때 매상을 많이 올려놔야 저녁에 2명씩이니까 안 들어오더라도 위안되는데 점심에도 못 팔고 저녁에도 떨어진다면 생계가 상당히 위협 받는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저녁이면 사람들로 붐비는 연남동 거리도 거리두기 단계 격상 영향인듯 이날 잠잠한 모습을 보였다. 길목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정훈(35)씨는 "보다시피 손님이 한 팀도 없다"며 "지난주 금요일에 한 팀도 못받고 토요일 매출은 3분의 1로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7월에 방역이 완화된다고 해 직원을 더 뽑고 식자재도 자정 영업에 맞춰 세팅해놨는데 소용이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이날 목동의 한 상가에서 음식점을 찾은 손님 중에는 강화된 방역 지침을 뒤늦게 깨닫고 발걸음을 돌린 이들도 있었다. 상당수 음식점들 문 앞에는 '방역 4단계 격상으로 오후 6시부터 2인만 취식이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종업원도 같은 내용을 설명하느라 분주했다.
시민 최모(36)씨는 "(가족과) 식사를 같이 하려다가 안 된다고 하니까 나왔다"며 "마스크만 잘 쓰면 될 것 같은데 2인 제한이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단계 격상이 다소 늦었지만 확실한 방역을 위해 필요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목동에서 샤브샤브 한식점을 운영하는 홍모(36)씨는 "(방역 조치가)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시작했어야 했다"며 "늦긴 늦었지만 한다고 하면 더 강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남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60대 이모씨는 단계 격상과 함께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 정책이 보완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임대료가 가게마다 다 다르고 금액 크고 작은 차이 있다"며 "그런 거 예상해서 차등을 해서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된 첫날인 지난 12일, 한 음식점에 방역수칙 안내문이 붙어 있다. 허지원 기자

체육시설 변화 불가피…'음악 속도'까지 제한


4단계 격상에 따라 체육시설도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피트니스는 러닝머신 속도를 시속 6㎞ 이하로 해야 하고 그룹댄스 운동, 에어로빅, 줄넘기 등 GX류 운동은 음악 속도를 100~120bpm으로 유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120bpm이 넘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틀면 방역수칙 위반이지만, 방탄소년단의 '버터'(110bpm)는 가능한 식이다. 운동 후 샤워 역시 할 수 없다.

이날 오후 직접 찾은 서울 일대 헬스장들은 규모와 상관없이 한 손으로 셀 수 있는 정도의 손님이 대부분이었다. 한 헬스장 문 앞에는 '오늘부터 거리두기 격상으로 인해 샤워가 어렵고 런닝머신 이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헬스장 업주들은 하나같이 "헬스장 이용기간을 유예하겠다는 전화가 폭주한다"고 전했다.

종로구의 한 헬스장 직원인 김모(34)씨는 "(음악 속도가 낮으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그러다 보면 중량 위주의 운동을 하니 부상의 위험이나 사고의 문제도 생길 수 있다"며 "수영장은 마스크 안 쓰는데 우리는 마스크를 다 착용하고 샤워도 안 하게 하니 불공평하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헬스장 사장인 박남준(54)씨는 "속도도 줄이고 음악 템포 줄이는 건 현장에선 얼마든지 근무하는 사람들이 조절할 수 있다"며 "하지만 지침이니까 붙여 놓고 지키려고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손님이 30% 정도 줄었다. 다들 정지해 놓고 나오지 않는다"며 "취소나 환불, 정지 등도 30% 정도 생겼다"라고 토로했다.

한편 이날 0시부터 시행된 거리두기 4단계는 오는 25일 자정까지 2주간 수도권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코로나19 확산세는 여전히 지속되면서 지난 12일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신규 확진자는 1천7명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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