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지값 2만 8천원 때문에…" 김해공항 미화원들 '대기발령'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등은 13일 김해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지값을 이유로 미화원을 경찰 고발한 남부공항서비스와 모회사 한국공항공사를 규탄했다. 박진홍 기자
김해공항 환경미화원들이 파지값을 나눠 가졌다는 이유로 회사로부터 직위해제에 경찰 고발까지 당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용역사 시절부터 수십 년간 파지값을 복리후생비 성격으로 나눠왔다는 노조 주장에 대해 사측은 엄연한 불법 행위라며 맞서고 있다.

김해공항에서 8년째 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오해주 씨는 지난달 소속 회사인 남부공항서비스로부터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당했다.
 
지난 2월 설 명절을 앞두고 공항에서 수거한 파지를 판 돈, 이른바 '파지값' 7개월분을 미화원 76명과 2만 8천원 꼴로 나눴다는 이유에서였다.
 
오씨는 "용역사 소속이던 시절부터 노사합의에 따라 파지값을 10%는 노조로 공제하고, 나머지 금액은 똑같이 배분해 왔는데 미화원들이 공항공사 자회사 소속이 된 이후인 지난해 7월 사측이 '파지값을 받지 마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미화원들은 다른 지역 공항처럼 우리도 분리수거를 하지 않을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사측은 이후 7개월가량 아무 말도 협의도 없다가 지난달 경찰에 고발한 데 이어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사측으로부터 오씨와 같은 조치를 당한 미화원은 모두 5명이다.
 
4명은 업체로부터 파지값을 입금받은 통장을 제공했고, 당시 노조 분회장이던 오씨는 파지값 배분을 담당했다는 이유다.
 
김해국제공항. 박진홍 기자
이들이 속한 노조는 남부공항서비스가 파지값을 빌미로 노조탄압에 나서고 있다며 13일 김해공항에서 사측과 모회사인 한국공항공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김재남 부산본부장은 "파지대금을 복리후생비로 사용하기로 한 노사합의가 이미 있었음에도 아무런 논의도 없이 심각한 범죄로 포장하고 노조 간부를 징계한 남부공항서비스의 행위는 심각한 노조파괴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어 "지난 18개월 동안 사측이 노조에 벌인 행위는 감시와 탄압이었다"며 "임금삭감, 체불임금을 진정하면 협박했고, 자회사 전환 때 했던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하면 구상권을 행사하겠다는 등 노조탄압과 협박을 일삼아왔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양미자 부산본부장은 "부당징계를 당한 조합원 5명은 많게는 30년을 김해공항에서 쓸고 닦고 일해왔는데, 생긴 지 1년 남짓한 한국공항공사 자회사에 의해 도둑놈 취급받으며 쫓겨나게 생겼다"며 "모기업인 한국공항공사는 노조를 탄압하는 자회사 사장을 해임하고 즉각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측인 남부공항서비스는 미화원들이 파지값을 나눈 행위는 문제 소지가 있으며, 규정에 따라 직위해제 조치했다고 반박했다.
 
남부공항서비스 관계자는 "지난해 7월 회사가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되면서 소속 직원들도 청탁금지법을 준수해야 하는데, 파지대금을 배분하는 행위가 법에 저촉되는 점을 우려해 지난해 한차례 경고하고 선처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설 명절에 같은 행위가 이뤄져 회사는 금품수수 행위로 보고 규정에 따라 경찰에 고발한 뒤 직위해제, 대기발령 조치했다"며 "해당자들을 불러 이야기도 나눠보고 선처할 방법을 찾았지만, 규정이 있는 만큼 회사는 이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모회사인 한국공항공사는 문제 해결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공항공사 부산지역본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모회사가 자회사 인사문제에 관여할 수가 없다"며 "만약 공사가 나서게 되면 또 다른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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