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당은 살리고 연동형비례제는 털고…宋-李 뜻대로 될까

송영길(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른바 '오세훈법'에 따라 폐지됐던 지구당의 부활과, 비례위성정당 논란으로 제 기능을 못하게 된 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구당 제도는 불법 정치자금 근절을 기치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회의원이던 2004년 대표발의해 개정한 정치자금법에 따라 폐지됐다.
 

'돈 먹는 하마' 지구당 폐지 후 불법 정치자금 근절에는 효과
반면 원외 정치인과 현역 의원 격차 벌어지는 부작용도 불거져


지구당이 검은 돈이 정치권에 흘러들어가도록 하는 창구 역할을 해 온 탓인데, 문제는 이로 인해 현역 국회의원과 비현역 정치인 간에 극복하기 쉽지 않은 수준의 차이가 생겨났다는 점이다.
 
개인 후원의 경우 현역 국회의원에게만 허용되고 후원금 모금도 현역 의원은 연간 1억5000만원까지 가능하지만 원외 지역위원장 등은 총선 때가 아니면 모금이 아예 불가능하다.
 
총선 때의 경우 현역 의원은 2배인 3억원까지 모금이 가능하지만 비 현역은 그대로 1억5000만원, 현역의 절반으로 제한된다.
 
여기에 비 현역 정치인은 의정활동 보고도, 사전 선거운동도 할 수 없어 상당한 '핸디캡'을 안고 뛰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난 12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의 회동에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자며 정치자금법 개정안 논의를 꺼내든 것으로 전해졌다.
 
송 대표는 17대 국회에서 정당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2014년 지방선거 패배 후 원외 활동을 하는 등 현행 정치자금법의 폐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것이 당내의 중론이다.
 
이 대표 또한 원외 당협위원장으로 지역구에서 선거를 3차례나 치렀던 만큼 어렵지 않게 공감대가 형성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례위성정당 탄생시킨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선은 불가피


지난해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처음 도입됐던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개선 또한 이미 정치권에서 다수의 문제점이 제기된 제도인 만큼 개선에 대한 의견이 손쉽게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두 대표 모두 소속 정당이 선거 승리를 위해 비례위성정당을 만든 것이 잘못된 일이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동시에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송 대표 측은 정치개혁특위를 거칠 경우 논의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졌던 전력을 감안해 여야가 이미 나와있는 쟁점을 정리한 후 정개특위 없이 지도부의 결단으로 법률 개정에 나서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지역당을 둘 수 있도록 한 정당법 개정안과 이에 따라 지역당에 회계 기능을 부여하도록 한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민주당 박재호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송 대표는 자신의 경험과 다양한 의견 청취를 통해 현행 정치자금법의 문제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모두 열린 마음으로 법안을 볼 수 있는 시기인 만큼 개정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현역 국회의원 이해관계 맞물려 있어 개정 논의 진전될지는 미지수


다만 정치자금법과 선거법 개정이 현역 의원들의 직접적인 이해관계 사안이라는 점이 변수다.
 
2018년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이 현역 의원이 아니던 시절 받았던 정치자금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자 정치권에서는 '정치자금법이 노회찬을 죽였다'며, 지구당을 허용하고 원외 정치인에 대한 후원을 허용하는 이른바 '노회찬법'으로의 법률 개정 움직임이 대대적으로 일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잠재적 경쟁자를 도울 수 있는 법안 개정에 현역 의원들이 적극 동참하지 않으면서 정치개혁특위에서 논의만 난무한 채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연동형 비례제는 정치자금법과는 문제점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회의원을 뽑는 '룰'을 정하는 문제인 만큼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선거법 개정을 위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까지 거쳐야했던 20대 국회와는 여야 구도가 크게 변했지만, 단순히 비례위성정당만을 막느냐, 비례대표 의원 선출 방식을 바꾸느냐, 의석수 조정을 어떻게 하느냐를 토론하는 과정에서 논의가 지리멸렬해질 수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새로 법률을 만드는 것과 달리 이미 있던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려 한 차례 바꿨던 법률을 다시 돌린다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이 있다"며 "특히 국회의원 자신들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여야 대표의 운 띄우기가 있더라도 이를 빠르게 논의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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