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자영업자들 '울분의 심야집회'… "집합금지 철회" 촉구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에 반발한 자영업자들이 심야에 서울 시내에서 손실 보상금 지급과 집합 금지 조치 철회를 요구하며 차량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당초 차량 500대에 1명씩 나눠타고 행진하는 초유의 심야 차량시위를 예정했으나, 경찰의 삼엄한 통제로 규모가 대폭 줄었다. 그러나 1인씩 연단에 올라 발언하는 형식으로 집회를 강행했다.

14일 오후 9시 경찰은 서울 여의도 국회 둔치 주차장으로 가는 길을 모두 막았다. 서강대교 남단부터 둔치 주차장 앞까지 3차 검문소를 마련했다. 경찰은 이곳을 지나가는 모든 차량을 검문했다.

뿐만 아니라 여의도와 광화문 일대에 25개 검문소를 설치해 집회 참가자의 이동을 저지했다.

"실례합니다. 목적지가 어디신가요. 오늘 자영업자 집회 관련해서 검문을 하고 있거든요."

"지금은 시위하지 않는 일반 시민들도 둔치 주차장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검문에  나선 경찰관들은 당초 집회 예정지로 신고됐던 여의도 국회 인근 둔치 주차장을 막아 섰지만, 자영업자들은 게릴라식으로 집결지를 변경해가며 집회를 시도했다.

검문 과정에서 경찰과 자영업자 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이은표씨는 차량을 가로막는 경찰에게 "자영업자들이 지금 빨간불 나온 상태다. 현재 힘든 상황을 얘기하려고 나왔는데 무조건 막아서 될 일이 아니다"라며 "(손실) 보상해준다고 말만 하고 언제 해주는지 모르겠다"고 항의했다. 이씨는 빨간 불빛을 내는 사이렌을 들고왔다. 자영업자의 경제적, 심리적 상태를 표현하고 싶은 의도라고 했다.

오후 10시 40분. 자영업자 단체가 기자회견 장소를 여의도 공원 6번 출구로 바꿨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경찰과 대치로 기자회견은 예정 시각인 오후 11시를 넘겨 11시 30분이 돼서야 시작했다. 경찰은 "1인 시위는 가능하지만 트럭 뒤에 LED를 싣고 구호를 외치면 불법 시위라서 안된다"며 막아섰다.

대치 끝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국자영업자비대위 경기석 공동대표는 "이제는 방역이란 게 확진자 위주로 하기보다는 일부 선진국이나 다른 나라같이 환자, 사망자를 토대로 해서 방역 수칙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까지 자영업자들만 손해보면서 참아왔다"며 "이제 더 이상은 빚을 낼 수도 없어서 거리로 뛰쳐나왔다"고 밝혔다.

연단에 오른 전국자영업자비대위 김기홍 대표는 "아직도 정부는 자영업자에 손실보상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자영업자 영업 시간 제한, 인원 제한 철폐하고 손실보상을 소급 적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출신인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도 참여했다. 최 의원은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많이 힘든 이유 중 하나는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라며 "국가의 정책에 협력하고 협조하고 희생했는데 정당한 보상은커녕 폐업에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여당은 손실보상 소급 적용은 하지 않고 지원금으로 하겠다고 했다"면서 "이분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자영업자들은 당초 차량 행진을 계획했던 광화문 대신 지하철 4호선 혜화역과 서울대병원 인근 마로니에 거리 도로에서 시속 10~20km 속도로 저속 주행하며 자동차 비상등을 깜빡이는 차량 행진을 이어갔다.

경찰은 이날 집회를 감염병예방법·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도로교통법 등 위반으로 규정하고, 체증 결과를 바탕으로 엄중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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