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코로나 통금' 속 음주운전 단속…심야 단속현장 가보니

지난 15일 수도권 음식점 영업이 끝난 밤 10시 10분 서초구의 한 고속도로 진입로. 음주 단속이 시작되자마자 비접촉 음주 감지기에서 삐 소리가 나며 빨간 빛이 켜졌다. 차 내에 알코올이 감지된 것. 차를 갓길에 세우고 밖으로 나온 운전자는 억울하다는 듯 음주 측정에 적극적으로 응했다.
 
"후 세게 부세요, 네 정상입니다. 안전 운전 하세요."
 
결과는 정상. 운전자가 단속 직전 소독제를 발라 비접촉식 감지기를 통해 공기 중 알코올이 감지된 것이다. 운전자는 허탈한 표정을 지은 채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15일 저녁 서울 서초구 서초 IC 부근에서 단속관들이 심야 음주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백담 기자.

곧이어 다음 차량이 단속 경찰관 앞에 섰다. 운전석 창문을 내리자 경찰은 창문을 통해 비접촉식 감지기를 조수석까지 쑥 집어넣었다. 감지기의 파란 불이 바뀌지 않는지 약 4초간 바라봤다.
 
"안전운전 하십시오."
 
단속 경찰관이 이상 없음을 알리자 운전자는 잠시 긴장했던 표정을 풀고 다시 출발했다.
 
이날 오후 10시 10분부터 11시까지 50분간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인근 서초 IC 출구에서 경찰의 음주 단속이 진행됐다. 서초경찰서 단속관 7명과 서울경찰청 소속 단속관 2명 등 총 9명의 경찰관이 단속에 참여했다. 방역을 위해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을 착용한 경찰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날 단속은 1차로 비접촉 음주단속기를 사용했다. 비접촉 탐지기를 통해 알코올이 감지되면 갓길에 차량을 세워 음주 단속기로 정확한 혈중알코올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15일 저녁 서울 서초구 서초 IC 부근에서 한 단속관이 음주 단속을 하고 있다. 백담 기자

특히 경찰은 지역별 거리두기 단계 차이에 따라 수도권 시민들이 타 지역으로 원정 술자리를 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고속도로 진·출입로에서도 음주운전 단속을 실시했다.
 
우려와 달리 이날 기자가 동행한 곳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람이 없었다.
 
한 단속 경찰관은 "요 근래에는 단속된 걸 못 본 것 같다"며 "대부분 오늘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음식점·유흥시설의 영업시간이 제한된 영향으로도 풀이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6월 음주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6987건으로 전년 동기(8485건)보다 17.7% 감소했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단속관은 "보통 주말 낀 금, 토요일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술 드시고 귀가하려고 하다가 만취 상태로 운전하는 경우가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시국 이후 음주 교통사고 발생 시간은 자정 이전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발생하는 음주 교통사고 비율은 지난해 44.6%에서 올해 57.9%로 늘었으며, 이 시간대 음주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사건도 지난해 36.2%에서 올해 53.8%로 증가했다.

서초경찰서 교통안전계 박성남 경감은 "코로나 시국이지만 음주 하는 분들이 있을 거 같아 단속을 하게 된 것"이라면서 "(고속도로 진입로로) 장소를 잡은 건 (음주 상태로) 고속도로를 타게 되면 더 큰 사고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름 휴가철이면 차량을 많이 이용하게 된다"며"오늘 이후로도 매일 단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단속은 서울 시내 총 26개 경찰서에서 합동으로 실시됐다. 경찰청은 이날부터 8월 휴가 종료 때까지 음주운전 집중 단속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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