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하나 마약 부실수사·뇌물수수' 경찰관 실형에 법정구속

前 종로서 지능팀 경위 박모씨 1심서 징역2년·벌금 5천만원
지인에게 '황하나 연루' 마약 사건 제보 받고 뇌물 수수 혐의
재판부 "사회적 신뢰 훼손한 범행이나 반성 않고 변명 일관"

박종민 기자

과거 황하나(33)씨 등이 연루된 마약사건을 부실하게 수사하고 제보자 측에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관이 최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뇌물수수·직무유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직 경위 박모(50)씨에게 징역 2년과 벌금 5천만 원·추징금 25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법정구속도 명령했다.
 
박씨는 2015년 9월 서울 종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에서 근무할 당시 알고 지내던 경비용역업체 직원 A와 B씨로부터 B씨의 여자친구가 연루된 마약 사건을 제보받고 '사건을 잘 처리해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5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사건에는 황하나씨도 연루돼있었다. 이에 황씨 등 7명이 입건됐지만 당시 종로서 지능팀은 B씨에게 마약을 판매한 대학생 조모씨만 구속 송치했고 B씨의 여자친구와 황씨를 비롯해 이 사건에 연루된 나머지 인물에 대해서는 '혐의없음' 의견으로 사건을 매듭지었다.
 
그로부터 약 4년 뒤 황씨가 이 사건에 연루되고도 조사를 받지 않은 점 등을 계기로 '부실수사' 의혹이 불거졌고 이에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진위 확인에 나섰다. 경찰은 수사 결과 박씨와 A씨 B씨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해 2019년 9월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보강수사 후 이들을 지난해 11월 재판에 넘겼다.
 

박씨 측은 그간 재판에서 A씨가 개인적으로 500만 원을 빌려준 것일 뿐 직무와 관련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혐의를 부인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해당 500만 원은 A씨와 B씨가 제공한 뇌물이라고 봐야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B씨는 A씨를 만나 "'박씨에게 부탁을 해야 하니 돈을 줘야 되지 않냐"라고 물었고 A씨는 "500만 원 정도 보내주자"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마약을 제공한 사람을 처벌해주고 여자친구가 제보한 것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해 달라고 부탁해달라"고 검찰 수사에서 진술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B씨가 검찰조사 및 법정에서 이 부분 범행을 인정하고 자신의 형사처벌을 감수하면서도 뇌물 공여 사실을 구체적이고 일관적으로 진술하고 있어 믿을 수 있다"며 "박씨는 500만원이 대여금이라고 주장하지만 그후 약 6년 동안 반환하지 않다가 이 사건 재판 중인 2021년 6월 10일에서야 반환한 것을 보면 대여금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경찰관으로서의 직무를 유기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다소의 태만으로 적절한 직무수행에 이르지 못 했다고는 볼 수 있으나 경찰관으로서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입증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밖에 재판부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추가로 포착된 박씨가 B의 경비 용역 업무와 관련해 청탁을 받고 2천만 원을 수수한 혐의와 수사 중 알게 된 피의자가 별건으로 재판을 받게 되자 변호사를 소개해 준 혐의(변호사법 위반)에 대해서도 유죄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씨는 경찰공무원으로서 직무의 청렴성과 도덕성을 유지하면서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할 지위에 있었음에도 합계 2500만 원의 뇌물을 수수했다"며 "이는 경찰공무원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현저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비난 가능성이 큰 행위임에도 범행 발각 경위에 대해 변명으로 일관하며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씨와 함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징역 8월을, B씨는 벌금 1천만 원을 선고받았다. 한편 1심 판결에 대해 박씨 측은 지난 15일, 검찰은 19일 각각 항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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