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무환' 외치던 軍…방역진단 대책은 '깜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 전원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출국한 특수임무단이 19일 오후 문무대왕함에 승선해 방역 준비를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평소 '백전백승' '유비무환'을 외치던 군이 싸워보지도 못하고 전원 철수했다. 전체 승조원의 82%가 코로나19에 감염돼 21일 국내로 철수한 청해부대 34진 얘기다.
 
청해부대 34진이 서아프리카 파병 항로에 오른 것은 지난 2월 8일. 당시 국내에는 코로나19 백신이 도입되지 않은 시기였다. 결국 청해부대 장병 301명 전원은 백신을 맞지 못한 채 임무 수행에 나서야 했다.
 
추후라도 백신을 공수해 접종했어야 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에 군 당국은 "함정 내 백신 보관의 어려움과 해외 주둔 특성상 백신 접종 뒤 이상 반응에 대처하기 힘든 점"을 이유로 '추후 접종 역시 쉽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단 등 초기 대응은 부실했다. 청해부대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기항지에서 군수품 보급을 받았고 이튿날 최초 증상자가 나타났다. 하지만 감기약만 처방하고 별도의 코로나19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증상자가 계속 늘자 지난 10일에서야 '신속진단키트'로 부대원 40여 명에 대해 코로나19 간이검사를 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 음성. 그러다 나흘이 지난 14일 폐렴 증세까지 나타나자 6명에 대해 정식 PCR검사를 현지 국가에 의뢰했다. 결과는 모두 양성. 청해부대는 다음날 부랴부랴 승조원 301명 전원에 대해 PCR검사를 실시했고, 결과는 참담했다. 전체 승조원의 82%인 247명이 양성이었고 음성 50명, 나머지 4명은 판정 불가였다. 코로나19 진단의 표준법인 PCR검사가 이뤄진 때가 최초 증세 발현 이후 2주가 지나서야 이뤄져 부대 내 바이러스가 퍼질대로 퍼진 뒤였기 때문이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브리핑룸에서 청해부대 상황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서 장관은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을 보다 세심하게 챙기지 못해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한 데 대해 국방부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청해부대가 신속진단키트에 의존한 것이 바이러스 창궐의 결정적 이유라고 지적하고 있다. 신속진단키트는 바이러스의 단백질 항원을 검출하는 '항원진단키트'와 감염 뒤 체내에 형성된 항체를 검출하는 '항체진단키트' 등 2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항원진단키트는 표준 진단법인 'PCR'에 비해 민감도가 떨어진다. 민감도는 양성을 양성으로 판별해내는 정확성을 말한다. 민감도가 떨어진다는 말은 양성인데도 음성으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서울대 의대가 국내 허가된 항원진단키트로 118명을 진단했는데, 양성자 40명 가운데 7명만 양성으로 가려내 PCR에 비해 17.5%의 낮은 민감도를 나타내기도 했다. 위음성자(양성인데도 음성으로 결과가 나온 사람)가 나오면 바이러스는 급격하게 퍼질 수 밖에 없다.
 
항체진단키트는 감염 이력을 관리할 경우에 많이 사용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항체가 형성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감염 초기 환자는 판별해 낼 수 없고 항체를 검출해 내기 때문에 '환자'와 '완치자'를 구분해낼 수 없는 결정적인 단점도 있다. 만약 청해부대가 신속진단키트로 '항체진단키트'를 썼다면 '무지의 소치'로 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항원키트건 항체키트건 청해부대가 가져간 신속진단키트는 결과적으로 양성자를 한 명도 잡아내지 못했다.
 
부피 큰 PCR 진단 장비를 갖고 나가기는 무리인만큼 청해부대로서는 신속진단키트가 유일한 선택지였을 것이라는 설명도 있다. 그러나 이혁민 신촌세브란스병원 진단의학과 교수는 '투자만 했더라면 청해부대도 현지에서 자체 PCR 검사를 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교수는 "카트리지 형태의 PCR 장비가 있다"며 "국내 병원 응급실 환자 선별용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약 혼합이나 핵산 추출 등 여러 단계의 작업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장비"라며 "일반 PCR의 97% 성능으로, 결과도 45분 정도면 나온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원래 이 장비는 군용으로 개발돼 현장에서 간편하게 쓸 수 있게끔 만들어진 것"이라며 "우리 군도 이같은 장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군함 한척 만드는데 1조원 넘게 들어가는데 8천만 원 정도만 추가하면 이런 장비를 갖춰 놓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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