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챔피언" 패장의 라커룸 방문에 감동한 아데토쿤보

밀워키 벅스, 1971년 이후 50년 만에 NBA 파이널 우승
피닉스에 2연패 당한 뒤 내리 4연승…아데토쿤보 MVP
아데토쿤보, 마지막 6차전서 50득점 5블록슛 대활약
패장 윌리엄스, 밀워키 라커룸 방문해 감동의 축하 인사

50년 만에 NBA 정상에 등극한 밀워키 벅스와 파이널 MVP 야니스 아데토쿤보. 연합뉴스


밀워키 벅스는 2020-2021시즌 미국프로농구(NBA) 플레이오프 동부컨퍼런스 2라운드 마지막 7차전 막판 케빈 듀란트(브루클린 네츠)에게 아찔한 외곽포를 얻어맞았다.

"3점슛이라고 확신했다"는 듀란트의 생각과는 달리 슛은 2점으로 인정됐다. 발 사이즈가 360mm로 매우 큰 듀란트의 발 앞쪽이 살짝 3점슛 라인을 밟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한끗 차이였다. 만약 듀란트의 슛이 3점이었다면 밀워키는 1점차로 패했을 것이다. 극적인 동점으로 기사회생한 밀워키는 연장 접전 끝에 강력한 우승 후보 브루클린을 115대111로 따돌렸다.

밀워키의 간판 야니스 아데토쿤보는 애틀랜타 호크스를 상대한 동부 결승 4차전 도중 무릎이 크게 꺾이는 아찔한 부상을 당했다.

아데토쿤보가 괴성을 지르며 쓰러진 순간 밀워키의 한 시즌도 그대로 끝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올스타 포워드 크리스 미들턴을 앞세운 밀워키는 아데토쿤보의 부상 공백을 이겨내고 동부 결승 5,6차전을 모두 잡고 4승2패로 승리, NBA 파이널 진출에 성공했다.

1974년 이후 무려 47년 만에 다시 밟은 결승 무대에서 1971년 이후 50년 만의 첫 우승에 도전할 기회를 잡았다.

211cm의 장신에도 가드 수준의 스피드와 순발력, 볼 핸들링 능력을 갖춘 아데토쿤보는 '그리스 괴인'이라 불릴 정도로 압도적인 재능을 자랑한다.

아데토쿤보는 지난 2시즌 연속 정규리그 MVP를 받았고 2019-2020시즌 올해의 수비수 상도 차지한 대표적인 '공수 겸장'이다.

하지만 코트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발휘했음에도 팀을 정상으로 이끌지는 못했다. 아데토쿤보는 "우승을 하기 전까지 나를 MVP로 부르지 말아 달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팬들에게 하기도 했다.

그런 아데토쿤보의 47년 만의 파이널 무대를 앞둔 밀워키에게 심각한 악재였다.

하지만 아데토쿤보는 회복 속도 역시 '괴인'의 수준이었다.

아데토쿤보는 피닉스 선즈를 상대한 파이널 1차전에서 전격 복귀해 20득점 17리바운드로 활약했다.

'그리스 괴인'의 몸 상태는 나날이 좋아졌다. 2차전에서 42득점 12리바운드를 올렸고 3차전에서는 41득점 13리바운드로 활약했다.

NBA 파이널 역사상 2경기 연속 40득점-10리바운드 이상 그리고 60% 이상의 야투율을 기록한 선수는 '역대급' 센터 샤킬 오닐에 이어 아데토쿤보가 두 번째다.

야니스 아데토쿤보의 경기 장면. 연합뉴스


밀워키는 원정 1,2차전에서 연패를 당했지만 아데토쿤보의 몸 상태가 나아지기 시작하면서 반격을 펼쳤다.

아데토쿤보는 시리즈 내내 공격 못지 않게 수비에서 힘을 발휘했다. NBA 파이널 역사에 남을만한 블락슛 명장면을 수차례 연출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첫 2연패 이후 3연승으로 시리즈 역전에 성공한 밀워키는 21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컨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6차전에서 105대98로 승리해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아데토쿤보는 밀워키의 우승이 확정된 6차전에서 NBA 파이널의 역사를 다시 썼다.

50득점, 14리바운드, 5블록슛을 올리며 그야말로 코트를 지배한 것이다. NBA가 블록슛 기록을 집계한 1973-1974시즌 이래 결승 무대에서 '50득점-10리바운드-5블록슛' 이상을 올린 선수는 아데토쿤보가 유일하다.

아데토쿤보는 자유투가 불안한 선수 중 한명이다. 정규리그 통산 성공률은 71.7%, 플레이오프 통산 기록은 60.4%로 더 저조하다.

하지만 집중력은 아데토쿤보를 성장시켰다. 이날 자유투 19개를 던져 무려 17개를 성공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무려 89.5%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아데토쿤보의 존재감은 기록지에 나타나지 않는 곳에서 더욱 빛났다. 디안드레 에이튼과 데빈 부커가 4쿼터 막판 골밑에서 슛 기회를 잡고도 근처에 아데토쿤보가 있다는 이유 만으로 슛 시도를 주저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6경기에서 평균 35.2득점, 13.2리바운드, 5.0어시스트, 야투 성공률 62%를 기록한 아데토쿤보는 마침내 우승의 꿈을 이루며 파이널 MVP 트로피도 거머쥐었다.

NBA 역사상 정규리그 MVP, 올해의 수비수, 파이널 MVP 트로피를 모두 수집한 선수는 마이클 조던, 하킴 올라주원 그리고 아데토쿤보 등 3명이 전부다.

아데토쿤보는 만 26세라는 젊은 나이에 이처럼 놀라운 업적을 세웠다.

브루클린전부터 아데토쿤보의 부상, 파이널 첫 2경기 연패 등 온갖 고비를 넘긴 밀워키의 저력이 화려하게 빛난 시즌이었다.

6차전 패배 후 밀워키 라커룸을 깜짝 방문해 축하 인사를 건넨 몬티 윌리엄스 피닉스 선즈 감독. NBA 트위터 캡처

우승팀 라커룸을 깜짝 방문한 패장 윌리엄스

경기가 끝난 후 패장 기자회견을 마친 몬티 윌리엄스 피닉스 감독은 곧바로 밀워키의 라커룸을 방문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여러분을 축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여러분은 우승할 자격이 충분했다"며 "나를 지금보다 더 나은 감독으로, 우리 팀을 지금보다 더 나은 팀으로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례적인 라커룸 방문과 축사 인사에 감동한 아데토쿤보는 윌리엄스 감독과 포웅을 하며 진한 우정을 나눴다.

아름다운 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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