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속한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선수들은 고개를 숙였다. B조 최약체로 평가됐던 뉴질랜드전에서 졌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결승골을 넣은 크리스 우드는 한국 선수들에게 악수를 청했다. 하지만 이동경은 악수를 위해 내민 우드의 손을 툭 치고 나갔다. 우드는 멋쩍게 웃었다.
아쉬운 장면이었다. 시종일관 압도하고도 졌으니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 패자를 존중한 뉴질랜드를 똑같이 존중했어야 옳다.
뉴질랜드전을 해설한 한국 축구의 전설 안정환 위원도 "매너가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올림픽은 페어플레이를 중시한다. 경기 결과 만큼이나, 흔히 말하는 올림픽 정신을 최우선 가치로 꼽는다.
실제 2016년 리우 올림픽 남자 유도 100kg 이상급 32강에서 이슬람 엘 셰하비(이집트)가 오르 새슨(이스라엘)에게 패한 뒤 악수를 거부하고 퇴장했다. 논란이 커졌고, 이집트 선수단은 엘 셰하비를 곧바로 귀국시킨 사례가 있다.
도쿄 올림픽 시상식에서는 선수들의 악수, 포옹, 하이파이브가 금지된다. 전통적인 세리머니인 메달 깨물기도 할 수 없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변화다. 만약 어길 경우 방역 수칙 위반으로 경고, 실격 또는 추방까지도 당할 수 있다.
이동경이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한다면 악수 거부를 비난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계카메라에 잡힌 장면은 분명 상대에 대한 존중이 부족해서 나온 장면이었다. 뉴질랜드전은 경기에서도, 매너에서도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