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지지자들의 '윤호중 공개저격'…부활한 문자폭탄 악몽

26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왼쪽부터 김용민 수석최고위원, 송영길 당대표, 윤호중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후반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결정하면서 이른바 '친문(親문재인) 지지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에 '문자폭탄'의 악몽이 다시금 드리워지는 모양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26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맡는 것에 대한 일부 당원의 우려가 큰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법사위를 야당에 그냥 넘긴 것은 아니다"라며 당에 재차 양해를 구했다.
 
대신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기한을 120일에서 60일로 단축하는 등, 지금까지 법안 통과 길목을 막아왔다는 비판을 받는 법사위에 안전장치를 두겠다고 강조했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국회에서 추경안과 상임위원장 배분 등에 합의한 후 환하게 웃고 있다. 윤창원 기자
그러나 강성 친문 의원들과 열성 지지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부족했다.
 
대표적인 강성 친문 의원으로 꼽히는 정청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그냥 잠자코 법사위원장을 하고 있었으면 내년 후반기 개원협상 때나 벌어질 일이었다"며 윤호중 원내대표를 공개 저격했다.
 
그러면서 "제가 어떻게든 해볼 테니…포기하지 맙시다"라며 친문 지지자들을 달랬다.
 
강성 친문의 지지를 받는 민주당 대권주자 추미애 후보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기한을 120일에서 60일로 단축했다고는 하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것이 아니다"라며 "법사위 권한을 사법 관련 업무로 한정하고, 체계자구 심사권한으로 타 상임위의 상원 노릇을 해온 법사위가 발목을 잡지 못하도록 원천적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성 친문 지지자들도 호응했다. 이들은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 등 지도부의 사퇴를 촉구했고, 이른바 문자·전화폭탄을 하루에 수천 통씩 날렸다.
 
스스로를 '비주류'로 칭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제 새벽,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며 "얼마나 답답하고 다급하면 권한 없는 제게까지 그러실까 이해는 갑니다만, 커뮤니티와 카톡(카카오톡)방 등을 동원해 일상 업무를 불가능하게 하는 조직적 강압적 방식은 자제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강성 친문의 불만을 의식한 듯 "민주당의 대선경선 후보님들께 법사위 양보재고 및 권한축소를 요청하는 공동입장 천명을 제안 드린다"고 강조했다.
 
친문 지지들은 반대로 정청래, 황운하 의원 등 법사위원장 양보에 공식 반대 입장을 내비친 의원들에게는 정치후원금을 보내는 등 지지를 나타내 이들을 독려했다.

당내에서는 과거 문자폭탄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의원들이 자칫 특정지지 세력만 바라보고 정치를 하는 듯한 모양새가 대의민주주의를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장에 강성 친문 지지자들의 지지를 얻어 힘이 실리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이들의 지지가 훗날 주홍글씨로 되돌아와 정치인 입장에서 외연을 확장하는 데 한계를 느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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