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 부부 사망 사건…결국 '미스터리'로 남나

지난 6월 60대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된 경기 시흥 한 아파트단지. 정성욱 기자


경기 시흥에서 숨진 채 발견된 60대 부부의 사망 원인이 '확인 불가'로 결론났다.

부부의 죽음을 놓고 사건 초기부터 제기된 각종 의문들은 결국 안갯속에 놓이게 됐다.

국과수 '사인 불명' 결론…"예견된 결과"


경기 시흥경찰서는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지난 6월 시흥에서 발생한 60대 A씨 부부의 사망원인은 '불명'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30일 밝혔다.

사인은 확인되지 않으나 약물 중독이나 외력에 의한 사망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A씨 부부가 사망한 시점도 확인되지 않았다.


A씨 부부는 앞서 지난 6월 22일 경기 시흥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외상 흔적 등 범죄 혐의점은 없었으며, 시신 주위에는 약 봉지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이를 두고 자연사했을 가능성부터 약물 중독이나 극단적 선택 등 다양한 의문이 제기됐다.

20년 경력의 과학수사 수사관은 "시신이 발견된 시점이 6월이고, 이미 숨진 지 한두 달가량 지났다면 부패가 심해 국과수에서 확인이 안 될 확률이 매우 높다"며 "그 정도면 부패는 이미 끝났고 미라화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망 시점부터 원인까지 각종 의문…미스터리로 남나



A씨 부부 사망 사건은 원인부터 과정까지 의문투성이였다.

가장 큰 의문은 두 사람의 사망 시점이었다. 발견 당시 A씨와 아내는 각각 거실과 안방에서 이불이 덮여진 채로 숨져있었다.

부모 시신과 함께 생활해 온 두 딸은 "아버지가 먼저 숨지고, 어머니가 이후에 숨졌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두 사람이 한날한시에 자연사한 게 아니라면 상대방의 죽음을 목격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A씨 부부뿐 아니라 두 딸 모두 가족이나 경찰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상대방이 숨진 것을 확인했지만 본인도 지병 때문에 조치하지 못했을 가능성, 부부가 각자 혹은 동시에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 등 여러 경우의 수가 제기된다.

숨진 A씨 부부와 함께 지내온 두 딸에 대한 의문점도 있다.

두 딸은 부모 시신 옆에서 최소 한 달 이상 지내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시신이 부패하며 발생하는 악취 속에서도 함께 생활했다.

두 딸은 외부와의 접촉이 적었지만, 인근 약국을 찾아 여러 차례 모기향을 구입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시신이 부패하며 발생하는 악취와 벌레를 쫓기 위해 모기향을 샀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그러나 사건의 주요 단서가 될 국과수 감정이 수포로 돌아가며,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문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경찰 수사 어떻게 되나…'내사종결' 수순



사인이 확인되지 않으며 경찰은 A씨 부부가 살아있을 당시 정황과 두 딸의 진술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찰은 부부의 질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생전 진료기록 등을 검토했다. 또 두 딸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사건 초기부터 두 딸과 의사소통을 하는 과정이 원활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수사는 '내사종결'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사망원인이 확인되지 않아 입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수사 과정에서 A씨 부부 중 한 명에게서 범죄 혐의점이 확인되거나, 딸들의 유력한 진술이 있을 경우엔 내사에서 수사로 전환될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A씨 부부가 모두 사망했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감식 결과 사망원인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약물중독이나 외력에 의한 사망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며 "아직 수사를 종결할 단계는 아니고 지금까지 수사한 부분을 모두 검토해 최종적으로 결론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A씨 부부는 집을 찾은 경매 집행관에게 발견됐다. 당시 경매 집행관이 초인종을 누르자 부부와 함께 살던 30대, 20대 두 딸이 문을 열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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