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선수, '대표팀 비판' 보복 우려로 망명신청

SNS에 "일부 선수 도핑 테스트받지 않아 내가 출전" 올려
삭제요구 및 출국 명령…"귀국하면 감옥에 갈 것 같다"
벨라루스 "의사 진단에 따라 출전 포기한 것" 해명
대통령, 부정선거 의혹 시위 폭력진압…시위 참여선수에 보복

하네다공항에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치마누스카야. 연합뉴스
도쿄올림픽에 출전을 위해 일본에 있는 벨라루스의 단거리 육상선수가 망명을 신청할 예정이다.
 
대표팀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대회 출전 기회가 박탈되면서 출국을 강요받았기 때문에 벨라루스로 귀국할 경우 체포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CNN방송에 따르면, 벨라루스 단거리 육상선수인 크리스티나 치마누스카야는 이날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출국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2일 오전 현재 하네다공항에 머물고 있다.
 
치마누스카야는 "벨라루스에 가면 감옥에 갈 것 같아 두렵다"면서 "대표팀에서 쫓겨나는 것은 무섭지 않다"면서도 "내 안전이 걱정된다. 벨라루스에서는 안전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경기에 출전할 권리를 박탈하고 나를 집으로 돌려보내려고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왜 감옥에 갈 것이라고 염려하는지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벨라루스 스포츠 당국의 권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이후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부 선수들이 도핑 테스트를 받지 않아 출전 자격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 자신이 4×400(1600m) 계주 출전 명단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후 대표팀 관계자가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운동을 계속하고 싶다면 인스타그램을 삭제하라"고 요구하며 위협했고, 자신의 방으로 찾아와 몇 시간 안에 공항에서 보고하라고 말했다는 게 치마누스카야의 설명이다. 그는 10분마다 떠날 준비가 됐는지 확인받는 상황에서 일부러 천천히 짐을 쌌다.
 
치마누스카야는 2일 독일이나 오스트리아로 망명을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벨라루스 올림픽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치마누스카야가 '감정적이고 심리적인 상태'에 대한 의사의 진단을 받고 출전을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치마누스카야는 "의사가 온 적도 없고 나를 진찰한 사람도 없다"고 맞섰다.

한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해 부정선거 의혹으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자 폭력 진압을 명령했다. 그는 부정선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엘리트 체육선수들은 정부의 지원금에 의존하는 상황에서도 일부가 시위에 참여했고, 올림픽 농구 대표팀의 옐레나 로이찬카 등 선수 등은 구금된 상태다. 또 일부는 야당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대표팀 자격을 박탈당하거나 정부에서의 일자리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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