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강추 드라마 작전이었어?" 女 배드민턴, 눈물·웃음의 인터뷰[도쿄올림픽]

한국 배드민턴 여자 복식 대표팀 이소희(왼쪽부터), 공희용, 김소영, 신승찬이 2일 도쿄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선의의 대결을 펼친 뒤 인터뷰에서 서로 안아주며 격려하고 있다. 도쿄=노컷뉴스


한국 선수들끼리 맞대결이 펼쳐진 2020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 동메달 결정전. 2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세계 랭킹 4위 이소희-신승찬(이상 27·인천국제공항)과 5위 김소영(29·인천국제공항)-공희용(25·전북은행)이 맞붙었다.

이전까지는 이소희-신승찬이 4승 2패로 앞섰지만 올해 1월 태국 국제대회만 놓고 보면 1승 1패였다. 게다가 올림픽이라는 가장 큰 무대, 승자만이 갖는 메달이었기에 물러설 수 없는 승부였다.

하지만 아직 올림픽 메달이 없는 김소영-공희용 조의 기세가 더 강했다. 이소희 역시 메달이 없지만 신승찬은 5년 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여자 복식 동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첫 게임에서 김소영-공희용은 특유의 강공 작전으로 21 대 10으로 승리했다. 2게임에서 이소희-신승찬도 수비 조직력이 살아나며 반격했지만 승부처에서 강력한 스매싱을 퍼부은 상대를 넘지 못했다.

선의의 대결을 마무리한 선수들은 먼저 파트너를 안아줬다. 이후 김소영, 공희용이 네트를 넘어가 이소희, 신승찬과 포옹했다. 축하와 위로였다.

경기 후 김소영은 "그동안 어떻게 준비했는지 알고 후배들도 어떤 마음인지 아니까 그런 말 하면 안 되는데 '미안하다'는 말이 먼저 나왔다"며 눈물을 쏟았다. 이어 "또 "수고했다"고 하니까 후배들도 '고생했어요 언니'라고 말해줬다"고 들려줬다. "나이가 제일 많아서 올림픽이 처음이지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파트너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공희용은 "마지막 한 경기 후회 없이 언니랑 하자는 생각이었는데 (메달을 따게 돼서) 고맙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언니가 안 아프고 마무리까지 잘한 것 같다"며 눈물 사이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쉽게 진 이소희, 신승찬도 마찬가지였다. 이소희는 "서로 너무 열심히 준비한 거 지켜봐서 결승에서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동메달 하나를 놓고 겨룬다는 게 좀 잔인하기도 했다"면서 "동메달을 따서 누구보다 좋았을 텐데 우리랑 경기해서 마음껏 기뻐하지 못하는 걸 보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정말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진심을 전했다.

하지만 눈물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대표팀 동료끼리 진한 애정도 드러냈다. 공희용은 "오늘 아침을 4명이 같이 먹고 나왔다"면서 "경기 얘기는 안 하고 드라마 '알고 있지만'의 배우 송강 얘기를 서로 했다"며 눈에 생기가 돌았다.

신승찬도 "(김소영 언니가) 계속 그 드라마를 보라고 하더라"면서 "싫은데도 보다가 내가 빠지게 됐다"고 짐짓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상대의 작전이 아니었을까"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신승찬은 "그러니까요. 설레고 콩닥콩닥거려서 여기까지 왔나 봐요"라고 웃었다. 눈물과 웃음이 교차했던 한국 배드민턴 여자 복식 대표팀의 행복한 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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