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혐 선수 탓?' 대변인 감싼 이준석…"징계 안하면 내로남불"[이슈시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달 6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신임 대변인단 티타임에서 양준우 대변인에게 당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이 양궁선수 안산을 둘러싼 논쟁을 두고 "핵심은 '남혐 용어 사용'에 있고, 레디컬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에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이준석 대표가 "여성 혐오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한 적이 전혀 없다"며 두둔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사이버 폭력의 책임을 피해자인 선수 본인에게 돌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2일 이준석 대표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양 대변인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논란의 시점이 어디냐에 대한 부분은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양 대변인이 만약에 여성혐오라고 하는 개념을 조금이라도 본인이 썼거나 아니면 거기에 대해 부적절한 인식을 갖고 있다면 제가 징계하겠다. 그러나 양 대변인은 여성혐오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한 적이 전혀 없다"고 양 대변인을 두둔했다.
 
그는 이어 "정의당에서 애초에 제가 20대 남성들의 의견을 대표한다는 듯이 입장을 밝히라고 했다. 그런 식으로 정치 희화화하는 것은 아주 옳지 않다"며 "(안 선수에게) 어떤 공격이 가해진다고 하더라도 동조할 생각이 없다. 이런 프레임을 잡는 것 자체가 젠더 갈등을 심화시킨다. 도대체 그 선수가 열심히 운동하고 메달을 따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 중인데 정의당 같은 데가 뛰어들어서 커뮤니티 담론을 갖고 와 상대 정당에게 입장 표명하라고 하나"라고 말했다.

청년정의당 "제 1야당 대표맞나…대변인 징계하지 않으면 내로남불"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윤창원 기자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는 이날 트위터에 "국민의힘은 양준우 대변인을 징계하십시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강 대표는 "양 대변인은 연일 자신의 SNS를 통해, 특정 커뮤니티에서 생산되는 듯 보이는 논리를 퍼나르기 바쁘다"며 "이준석 대표는 오늘 아침 라디오에서 양 대변인의 발언을 두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준석 대표는 제1야당 대표인가, 여전히 '펨코(에펨코리아)당' 대표인가"라며 "쥴리 비난에 민주당이 책임져야 한다 말하면서도, 안 선수를 향한 공격의 책임을 피해자에게로 돌린 양 대변인을 징계하지 않는다면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안 선수에 대한 성차별적 공격이 이뤄진 배경에도 역시 이준석 대표의 책임이 있다"며 "이 대표는 그동안 안티 페미니즘 세력을 키우며 자기 기반을 마련했다. 편의점 업체의 홍보물에 쓰인 손가락 모양이 '메갈 손가락'이라며 음모론을 제기하고 급기야 콘텐츠를 제작한 노동자가 징계를 받도록 만드는 등 행태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숏컷을 햇다고 '페미'라며 마녀사냥하는 행태가 벌어진 현 상황에 이 대표가 자기 책임을 '손절'할 수 없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앞서 양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논란의 시작은 허구였으나 안 선수가 남혐 단어로 지목된 여러 용어들을 사용했던 것이 드러나면서 실재하는 갈등으로 변했다"며 "논란의 핵심은 '남혐 용어 사용'에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양 대변인은 "과거 다른 공인들은 '일베하지 않았느냐'는 의심에 직접 해명까지 해야 했다. 이걸 누구도 남성 혐오라고 하지 않는다. 그냥 이상한 사상이 공적 영역에서 비판받는 정상적인 과정일 뿐"이라며 "마찬가지로, 공적 영역에서 '레디컬 페미'스러운 발언을 한다면 비판과,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걸 여성 혐오라고 규정짓는 건, 레디컬 페미니스트들의 대표적인 헛소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개인 SNS에서 '이기야'를 쓰건, '웅앵웅'을 쓰건 그냥 '이상한 사람이다' 생각하고 피하면 그만인 일"이라며 "이 적대감, 증오를 만든 건 레디컬 페미니즘이 성평등인 줄 착각하고 무비판 수용했던 정치권"이라고 말했다.

장혜영 "사건 핵심은 온라인 폭력"…외신 "선수, 학대 당하고 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 윤창원 기자
이러한 발언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폭력의 원인을 선수에게 돌리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페미니즘을 빌미 삼은 온라인 폭력"이라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의적으로 '페미니즘' 단어를 휘두르며 동료 여성 시민들을 검열하고 몰아세우고 낙인찍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양 대변인의 글에서는 '남혐 단어'를 쓴다면 이런 식의 공격도 괜찮다는 식의 뉘앙스가 풍긴다"고 비판했다.
 
로이터, 미국 폭스뉴스, 프랑스 AFP 등 주요 외신들도 국내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서 안 선수의 짧은 머리 등을 이유로 반페미니즘으로부터 공격받고 있다는 것을 보도했다.

특히 BBC는 "안 선수가 '온라인 학대'(Online abuse)를 당하고 있다"고 표현했고, BBC 서울 주재 특파원 로라 비커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공격은 자신들의 이상에 순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성을 공격하는 소수 인원의 목소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공당이 남초 커뮤니티가 됐다"며 "여성혐오를 정치적 자양분으로 삼는 자들은 적어도 공적 영역에선 퇴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 대변인이 진 전 교수에게 "마찬가지로 남성 혐오를 자양분 삼아 커온 자들 역시 퇴출돼야 한다"고 반박하자, 진 전 교수는 "그 발언이 특정 인구 집단에 대한 구체적인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을 때, 비로소 그 경멸적 표현을 '혐오' 발언이라고 부르는 것. 이런 상식도 갖추지 못한 이가 공당의 대변인을 하다니"라고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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