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킹메이커' 안철수…국민의힘 압박에 독자출마설 솔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가 국민의당을 향해 "합당을 위한 만남 시한을 다음 주로 못 박겠다"고 최후통첩을 날린 직후 국민의당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차라리 합당하지 말자'는 국민의당 당원들의 항의가 쇄도하고 있고, 국민의당 지도부 내에선 안철수 대표의 독자 출마 주장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여야 대권 주자의 지지율이 박빙인 상황에서 2011년·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에서 '큰 변수'였던 안 대표와 국민의당의 영향력을 무시할 순 없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준석 압박에… 국민의당 "당원들 분노 격서 보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2일 국회에서 최근 입당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와 만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압박성 최후통첩 직후 국민의당에는 당원들의 항의가 쇄도하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에 "이준석 대표의 글 때문에 당원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이전에는 합당이 순조롭게 가길 바란다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이준석 대표가 저렇게 겁박하는데 굳이 왜 하는가?' '들어가서도 뻔하다'는 내용의 격서가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지난달 27일 합당을 위한 실무협상 결렬을 선언한 직후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 대표가 자신의 SNS에 "합당을 위한 만남 시한을 다음 주로 못 박겠다"며 "다음 주가 지나면 저는 휴가를 간다"고 말하자, 국민의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양당의 갈등은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관련 실무협상단 회의에서 권은희 국민의당 단장(왼쪽)과 성일종 국민의힘 단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우리가 돈과 조직이 없지, 무슨 가오까지 없는 정당은 아니다"라고 반발했고, 권은희 원내대표도 "일방적으로 시한을 정해버린 전형적인 갑질 사고와 태도"라며 "합당을 장난처럼 대하고 있는 태도에 우리가 맞장구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그냥 합당에 대해서 Yes냐 No냐가 중요하고, 만나는 것에도 Yes냐 No냐 답하면 된다"고 압박을 이어갔다.

앞서 실무 협상에서 국민의당은 중도확장을 명분으로 들며 야권 단일 후보를 선출할 새로운 위원회 설치를 요구했지만 국민의힘은 이미 경선준비위원회가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킹메이커 안철수, 선거판 흔드나… 독자출마 가능성 솔솔 

안 대표가 지난 4월 직접 전국을 돌며 당원들에게 합당 필요성을 설명하고 설득에 나섰지만, 현재 국민의당 분위기는 합당 반대 의견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태규 사무총장은 "개인적으로 합당은 이뤄져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합당 의지는 계속 피력하고 있다. 다만 국민의당과의 실무 협상에 나섰던 국민의힘 관계자는 "솔직히 내가 볼 땐 안 대표가 안 들어올 가능성이 90% 이상"이라며 "처음부터 합당할 생각도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내에선 안철수 대표의 대선 독자 출마 가능성도 나오기 시작했다. 국민의당 지도부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에 "상식적으로 저희도 공당인데 합당이 안 된다면 우리도 대선에 출마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그렇다면 누가 나가겠는가? 안 대표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은희 원내대표도 MBC 라디오에서 "현재로선 안 대표가 출마해 (외연 확장) 역할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드루킹 몸통배후 수사 및 대통령 진실고백 촉구 당지도부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당은 안 대표의 대선 출마를 위해 당헌당규 개정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당헌당규는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하는 자는 모든 선출직 당직으로부터 대통령선거일 1년 전까지 사퇴'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안 대표의 출마를 위해선 개정해야 한다. 이에 당 지도부 관계자는 "우리가 더불어민주당처럼 성범죄 때문에 당헌당규를 바꾸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운영을 위해 바꾸는 것이라 명분이 없는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여야 대권주자의 지지율이 박빙인 상황에서 안 대표의 독자 출마는 선거판을 흔들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양강 구도에서 지지율 7~8% 정도를 가진 국민의당이란 변수가 생기는 것이다.안 대표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당선은 못 됐지만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진짜 킹메이커는 안철수'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국민의당 내에선 "아직 안 대표는 대선 출마선언도 안 했다", "지금은 야권에 후보가 10명이 넘을 정도로 너무 많은데 후보도 좀 정리되면 안 대표의 지지율은 더 오를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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