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그리고 약속의 8회…'9승9패' 치열했던 한일전의 역사 [도쿄올림픽]


이승엽이 2-2로 동점을 이룬 베이징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전 8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통쾌한 역전 투런포를 때려낸 뒤 환호하고 있다. 노컷뉴스

일본야구의 전반적인 실력은 메이저리그가 있는 미국 다음으로 가장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저변 역시 굉장히 탄탄하다.

하지만 한국 야구는 국제 무대에서 일본에 결코 밀리지 않았다. 특히 뒷심이 강한 한국 야구의 저력은 일본에게 공포를 심어줄 때가 많았다.

한국과 일본의 성인 야구 대표팀은 야구의 국제 교류전이 활발해지고 프로야구 선수들이 국가대표로서 본격적인 경쟁을 펼친 2000년대 들어 총 18번의 맞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9승9패로 팽팽했다.

그 시작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본선 무대였다.

당시 일본은 불세출의 에이스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앞세워 올림픽 정상 등극을 노렸다.

하지만 한국은 마쓰자카가 나란히 등판한 두 차례 한일전에서 모두 승리했다.

특히 동메달 결정전이 압권이었다. 이승엽이 8회말 결승 2타점 2루타를 때려 일본을 무너뜨렸다.

한일전 하면 떼놓을 수 없는 키워드 '약속의 8회'는 이때 탄생했다.

2003년 아테네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일본에 0대2로 패배한 한국은 2006년 막을 올린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또 한번 일본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첫 경기부터 짜릿했다. 이승엽은 WBC 1라운드 한일전에서 1대2로 뒤진 8회초 이시이 히로토시를 상대로 극적인 역전 투런포를 쏘아올려 3대2 승리를 견인했다.

한국은 2라운드에서도 일본을 꺾었다. 8회에 터진 이종범의 짜릿한 결승타에 힘입어 2대1로 승리했다.

이어진 준결승 맞대결에서 0대6으로 지기는 했지만 이치로 스즈키를 앞세워 압도적인 우승을 노렸던 일본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

한국은 2007년 대만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일본에게 졌다. 최종예선을 거친 끝에 본선 무대를 밟은 한국은 '호시노 재팬'에게 굴욕을 선사했다.

한국은 본선 예선 라운드에서 김광현과 윤석민의 호투에 힘입어 5대3으로 이겼다. 준결승전에서 다시 펼쳐진 한일전은 한국 야구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영광의 순간으로 남아있다.

한국은 또 한 번 '약속의 8회'를 연출했다. 베이징 대회 내내 부진하던 이승엽은 8회에 승부를 뒤집는 결승 투런포를 쏘아올려 한국의 6대2 승리를 이끌었다.

큰 고비를 넘긴 한국은 결승에서 쿠바를 완파하고 베이징올림픽 전승 금메달의 신화를 썼다.

한국은 야구가 올림픽 시범 종목이었던 1984년 LA 대회와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각각 일본에게 패한 바 있다. 하지만 그때는 프로 선수의 출전이 금지됐고 아마추어 선수의 출전만이 허락됐다.

한국은 프로 선수들끼리 맞붙은 올림픽 경기에서 아직 일본에게 패한 적이 없다.

한국은 2009년 제2회 WBC에서도 일본과 치열하게 싸웠다.

예선 1라운드에서는 2대14로 콜드게임패를 당했다. 일본은 베이징올림픽에서 '일본 킬러'로 우뚝 선 김광현에 대해 철저히 준비했고 그 결과 1년 만의 복수에 성공했다.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한국은 1라운드 1위 결정전에서 봉중근의 호투에 힘입어 일본에 짜릿한 1대0 승리롤 거두고 설욕을 펼쳤다.

한국은 2라운드 맞대결에서도 일본을 꺾었지만 2라운드 1위 결정전과 마지막 결승전에서는 일본에게 졌다.

이후 네 차례 한일전은 2010년대 들어 개최된 프리미어12 대회에서 열렸다. 한국은 4경기에서 1승3패 열세를 보였다.

극적인 승리도 있었다.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에서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4대3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한국은 예선에서 오타니 쇼헤이를 앞세운 일본에게 완패를 당했다. 오타니 쇼헤이는 준결승에서도 무실점 호투로 한국 타선을 압도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9회에만 4점을 뽑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해 승부를 뒤집었다.

2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녹아웃스테이지 2라운드 한국과 이스라엘의 경기. 7회말 11대1로 콜드게임으로 경기를 이긴 한국 김현수가 환호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이제 9승9패의 균형이 깨져야 할 때다.

4일 오후 7시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녹아웃스테이지 상위 라운드 준결승전은 대망의 한일전으로 펼쳐진다.

일본은 A조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녹아웃 스테이지 1라운드에서 B조 1위 미국에 끝내기 승리를 거두는 등 지금까지 3연승 무패행진을 달렸다. 개최국의 이점을 등에 업은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다.

한국은 예선에서 미국에 일격을 맞고 1승1패에 그쳤지만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도미니카 공화국과 이스라엘을 연파해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4일 준결승전에서 승리한 팀은 금메달 결정전에 직행한다. 이 경기에서 패해도 우승 기회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패자부활전 형태로 계속되는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살아남으면 금메달 결정전 진출 기회가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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