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음주운전·탄핵' 과거사 생채기…검증단 동의했지만 시각차 여전

정세균(왼쪽부터), 이낙연, 추미애, 김두관, 이재명,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에서 열린 대선 후보자 토론회를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의 두 번째 TV토론회는 자질 검증을 명분으로 한 경쟁자들의 과거사를 들춰내기의 장이 됐다.
 
경선 후보 검증단의 출범에 대해 잠시 의견이 모이기도 했지만 특정 후보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공개적으로 제기되는 등 신경전은 끊이지 않았다.
 
◇정책토론으로 시작했지만…또 되풀이 된 '음주운전·백제' 1등 견제
 
4일 YTN 스튜디오에서 열린 2차 토론회는 정치개혁을 주제로 한 정책 토론으로 문을 열었다.
 
후보들은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이견을 보이면서도 권력분산을 위한 개헌에 공감하며, 대통령 4년 중임제, 정·부통령제, 국회의원 특권 폐지와 국민소환제, 행정수도 이전 등 다양한 방식을 두고 토론을 펼쳤다.
 
10대 시절을 소개하는 '다시 쓰는 생활기록부' 코너에서는 추억을 회상하며 잠시 훈훈한 모습을 연출했지만 주도권 토론에 접어들자 과거사 설전이 점화됐다.
 
포문은 김두관 의원이 열었다. 김 의원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향해 "최근 음주운전과 관련해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며 쟁점이 됐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며 운을 띄웠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과거 음주운전 이력을 문제 삼기 위해 정 전 총리에게 질문을 한 것이다.
 
이에 정 전 총리는 "옛날에는 음주운전에 대해 상당히 너그러웠지만 (지금은)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어가고 있다"며 "일가족 전체를 불행으로 몰고 가는 것이 음주운전이다. 최고 수준의 벌을 줘서 근절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도 "본선 경쟁을 하게 되면 국민의힘하고 훨씬 더 강도 높은 검증과 비판이 있을 것"이라며 "이 논쟁이 이뤄지면서 (이 지사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이 동료애가 없는 것처럼 비난 받는 것이 많이 아쉽다"고 말해 필요한 검증 과정임을 강조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자신의 주도권 토론 시간에 음주운전 문제를 들고 나왔다.
 
이 전 대표는 이 지사를 향해 "성남시장으로 일하시던 2014년 5대 비위행위, 음주운전·성폭력·성희롱·술·횡령에 연루된 공직자는 승진을 배제시키고, 상여금을 박탈하고, 부서장도 연대책임을 묻는 가혹한 조치를 취하셨다"며 "본인에게도 이런 기준을 연상해보신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 지사는 "아마 제가 과거에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는 말씀을 하시고 싶은 것 같은데 이 자리를 빌려 이 점에 대해 먼저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과거로 돌아가서 지워버리고 싶은 인생의 오점이고 앞으로 없을 일이지만, 공직자가 된 후에는 그런 일이 없으니까 어떻게 한다, 적용(할 일)이 없겠죠"라고 답했다.
 
정 전 총리는 자신의 주도권 토론 시간이 되자 이 지사의 '백제' 발언도 끄집어 냈다.
 
그는 "저한테 다시 한 번 읽어보라고 해서 봤는데 역시 지역주의 말고는 달리 해석할 것(방법)이 없었다"며 "깔끔하게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다시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4일 서울 마포구 YTN미디어센터에서 열린 YTN 주최 TV토론에서 이낙연 후보를 지나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2강' 이낙연 향해서도 쏟아진 과거사 질문
 
이 지사와 함께 민주당 경선에서 2강을 형성하고 있는 이 전 대표를 향한 과거사 관련 질문도 쏟아져 나왔다.
 
경쟁자들의 집중 견제를 받은 이 지사는 이 전 대표가 자신이 도지사로 있는 경기도 북부의 재정자립도를 문제 삼자, 이 전 대표가 지난 2월 경임지역 일간지 정치부장 오찬간담회에서는 경기북도 분도에 반대했는데, 최근 갑자기 분도를 해 북부를 강원도와 통합한 메가시티를 만들자고 했다고 급격한 태도 변화를 지적했다.
 
이어 자신에게 주어진 1분 찬스를 사용, "이 전 대표께서 불편할 수 있는데 몇 말씀 드리겠다"며 "시와 때에 따라 입장이 마구 바뀌는 어떤 분들은 앞으로도 많이 바뀔 수 있다"고 비판을 개시했다.
 
이 지사는 "사면을 '금지하자' 했다가 '하지 말자' 했다가 세모로 했다가, 행정수도 이전도 찬성했다가 반대했다가 찬성, (경기도) 분도도 6개월 전에는 반대했다가 지금은 찬성, 4대강(사업)도 상임위원장 입장에서 통과시킨 적이 있다"며 "정말 옳지 않다. 정치인으로 무책임한 태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사면에 대해 금지하자는 얘기는 해본 적이 없다. 행정수도는 헌법재판소가 관습헌법 위반이라고 판정한 이후에 대비한 다른 대안을 내야 한다는 것"이라며 "왔다갔다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정 전 총리는 이 전 대표의 참여정부 시절 행보를 문제 삼았다. 그는 "지난 4월에는 노무현하면 떠오르는 것이 희망이라고 하고 당내 예비경선 정책 언팩쇼에서는 '노무현의 꿈과 성취를 계승하겠다'고 했었다"며 "그런데 이와 정 반대로 2006년 2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는 노무현정부를 군사독재정권보다 더 빈부격차를 키운 반서민적 정권, 실패한 정부 등으로 독하게 비판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난 TV토론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답변이 모호했다"며 "도대체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철학과 방향에 대한 입장이 어느 것이 진짜냐"고 따져 물었다.
 
김 의원도 동참했다. 그는 "2006년 대정부 질문에서 참여정부는 실패한 정권이고 양극화를 일으킨 가장 무능한 정부라는 주장을 강하게 했다. 그 동영상을 보고 저도 깜짝 놀랐다"며 "적어도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계승을 자처하는 이낙현 후보라면 적절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2002년 대선에는 함께 했지만 그 뒤로 분당의 불행한 상황에서 야당에 있었기에 야당 의원으로서 질문을 한 것"이라며 "서로 상처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지금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잠시 동의 이뤄진 검증단 구성…이견 차는 여전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진 토론회였지만 한 때 후보 진영 간 이견이 극에 달했던 '클린 검증단' 구성에 합의점이 마련되기도 했다.
 
정 전 총리는 이 지사를 향해 "이미 네 분 후보님이 클린 검증단을 설치하자고 말씀을 하셨다"며 "전향적으로 추미애 후보와 함께 클린 검증단을 구성하는 것이 어떻냐"고 제안했다.
 
이에 이 지사는 "검증 대상을 제한하지 말고 측근 비리나 역량을 전부 점검하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고, 추미애 전 법무장관도 "저야말로 (장관으로 재직한) 1년 1개월 동안 탈탈 털려봤는데 이 중에서 제일 검증이 필요 없는 후보가 아니겠느냐"고 동의의 의사를 밝혔다.
 
다만 이를 제안한 4명의 후보 측과 이 지사, 추 전 장관 간 검증단을 바라보는 시각차는 여전했다.
 
이 지사는 "점검은 내부에서 해야 저의 과거 전력처럼 없는 사실을 추측해서 공격하고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며 검증단의 역할이 자신을 겨냥한 억측성 네거티브를 제어하는 도구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추 전 장관은 "굳이 하시려면 하시라"며 검증단의 필요성에 대한 의구심을 계속 남겨뒀다.
 
그는 "대통령 후보들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선거를 거치고, 또 현역 국회의원이거나 시·도지사이거나 국무총리이거나 그런 경험을 통해 검증 무대를 어느 정도 통과해왔다"며 "갑자기 이 문제가 어떤 특정 후보를 겨냥한 듯 이렇게 가니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좀 더 대리인을 통해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선을 1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어떻게든 차별화에 성공해야 후보들로서는 자신의 장점은 극대화하고 경쟁자의 단점은 최대한 부각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검증도 좋지만 계속해서 과거사만 들춰내는 것은 건강한 경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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