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 경기장에 나타난 스모 선수? "말들 겁먹어"[이슈시개]

2020 도쿄올림픽 승마 종목 장애물 경기에서 10번 장애물 옆에 놓인 '스모 조형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매체 'The Digest' 캡처

"승마 코스는 관객과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개최지의 문화가 반영되어 아름답게 만들어집니다".

 
2020 도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나온 승마 종목 코스에 대한 설명이다. 하지만 승마 경기에 출전한 각국 승마 선수들은 경기장내 코스에 강한 불만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승마와 전혀 관련이 없는 '스모 조형물'이 코스에 설치돼 있어서다.

승마 종목 장애물 경기 10번 장애물에 '스모 조형물'이 설치돼 있어, 선수들과 승마 팬들에게 혹평을 받고 있다. 로이터 통신 캡처

미국의 NBC는 4일 "스모 공포? 승마 출전 선수들은 말들이 동상에 겁을 먹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는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지난 3일 마사 공원에서 열린 승마 종목 장애물 개인 예선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은 10번 장애물 옆에 위치한 스모 조형물로 인해 말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기장 내에서) 그 스모 선수(스모 조형물)만큼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승마 장애물 경기는 출전 선수들과 말들에게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경기로 알려져 있다. 12개에서 15개 사이의 고정되어 있지 않은 장애물을 지정된 순서로 넘는 경기로, 다양한 승마 기술과 함께 집중력이 요구된다. 이런 상황에서 코스 안에 사람 크기만한 조형물이 설치되자, 말을 산만하게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지난 3일 열린 승마 종목 장애물 개인 예선 경기에서 10번 장애물을 뛰어넘고 있는 영국 승마 국가대표 해리 찰스. AP통신 캡처

이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불평을 쏟아냈다. 영국 승마 국가대표 해리 찰스는 "(해당 장애물로 진입을 할 때) 덩치 큰 남자의 엉덩이부터 보게 된다"며 "여러 말들이 스모 조형물을 보고 겁을 먹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승마 국가대표 테디 블록 역시 "(스모 조형물은) 매우 현실적"이라며 "사람처럼 생겼는데 공포스럽다. 말들은 경기할 때 싸울 준비가 되어 보이는 사람(스모 조형물)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승마 경기장 코스에 대해 선수들이 지적한 건 스모 조형물만이 아니었다. AP통신은 "또 다른 출전 선수들은 경기 중 점프할 때 반대편에 보이는 벚꽃 역시 경기를 방해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1번 점프를 할 때 너무 밝은 불빛으로 인해 경기에 방해됐다"는 소식도 덧붙였다.
 
승마 경기장을 장식한 벚꽃과 부채 조형물. 요미우리 신문 캡처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승마 팬들 역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의 한 누리꾼은 "누가 저런 디자인을 했냐"고 꼬집으며 "승마를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이건 너무 무모한 짓"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말이 얼마나 잘 훈련되어 있든, 말들은 조형물을 보고 경악할 것"이라며 "말은 동물이지 기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미국 누리꾼 역시 "스모 조형물을 보고 나도 겁이 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 누리꾼들 역시 이 의견에 동참했다. 현지 한 누리꾼은 "인간은 보기에 즐거울지 몰라도 말은 굉장히 겁이 많은 동물"이라며 "일본을 어필하는 것도 좋지만 (조형물을 본) 말이 무서워서 부상이라도 당하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현지 일부 누리꾼들은 "말에게는 폐가 될지도 모르지만 꽤 독특하고 일본다워서 좋다"며 "이 장애물도 경기의 일부"라는 의견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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