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뉴스]공수처법 구멍 드러낸 '기소권 없는 조희연 사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사건이 진행됐을 때가 더 문제입니다. 공수처가 기소권이 없는 수사를 했을 때 기소 또는 불기소를 결정하고 사건을 검찰에 보낸 이후 상황에 대한 내용이 현행 공수처법에는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죠."

지난 5월 공수처 1호 사건이 알려지자 형사법 전문가들은 대번에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예고된 수순이었죠. 법이 엉성한 상황에서 당장 1호 수사가 시작됐으니까요. 이 문제는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부당 특별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조 교육감이 공개 소환조사를 받는 등 공수처의 수사는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지만, 공수처와 검찰의 입장은 더욱 더 정반대로 향하고 있습니다. 대체 공수처법은 어떻게 구멍이 뻥뻥 뚫려있고,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공수처의 기소권은 '다, 카, 파, 하' 뿐

공수처법상 공수처의 검사는 사건에 따라 기소권을 갖기도 하고 갖지 못하기도 합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범위가 같지 않아서죠. 수사권이 더 넓고 기소권이 더 좁습니다. 공수처법 3조에 따르면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범죄 등에 관한 '수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 카, 파, 하'에 해당하는 고위공직자와 그의 가족이 범한 고위공직자 범죄, 관련 범죄에 대해서만 '공소 제기'와 '유지'를 할 수 있지요.

그러니까 공수처는 '수사처'로서, '수사'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다, 카, 파, 하'에 사건에 한해 기소권을 줬습니다. '다,카 ,파, 하'란 (다) 대법원장 및 대법관, (카) 검찰총장, (파) 판사 및 검사, (하)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입니다. 수사기관들의 제 식구 감싸기를 막겠다는 공수처 설립 취지에 부합하도록 한 것이지요.

공수처법이 만들어질 때 진통을 겪으면서 기소권이 다소 축소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공수처가 모든 고위공직자에 대한 기소권을 갖는다면 거대한 공룡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거대한 공룡을 견제한 것은 일견 타당해보이지만,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일치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실무적 문제에 대한 고민이 공수처법에는 담기지 못했습니다.

공수처법 제26조

공수처법 26조에 따르면 '다, 카, 파, 하'를 제외한 사건 수사를 한 때에는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속 검사에게 송부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공수처가 기소권이 없는 조 교육감과 같은 고위공직자를 수사한 뒤에는 기소나 불기소 의견을 담아 중앙지검에 보내야 합니다.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송부 받아 사건을 처리하는 중앙지검의 검사는 처장에게 해당 사건의 공소제기 여부를 신속하게 통보해야 합니다. 법은 여기까지만 나와 있습니다.

공수처가 검찰에 사건을 보낸 이후 보완수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검찰은 어떻게 이 사건을 배당해야하는지 내용은 전무합니다. 그러다보니 보완수사에 대해 공수처와 검찰의 생각이 각기 다르고 검찰은 아직 넘어오지 않은 사건이기 때문에 어떻게 할 지 넘어와봐야 생각해 볼 문제라고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구멍난 공수처법, 진짜 답답한 건 공수처와 검찰 실무자들

법이 없다보니 해석의 싸움이 됐습니다. 검찰의 입장에선 보완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공소 유지에 지장에 있을 수 있으니 보완수사 요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공수처는 검찰이 공수처 검사를 사법경찰관으로 전제하고 보완수사 요구를 하는 것은 응할 수 없다고 맞섭니다. 공수처법상 검사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고 헌법재판소 역시 공소권과 관계 없이 검사라고 인정했기 때문에 법률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죠.

워낙 대립이 심하다보니, 검찰은 그렇다면 자체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분위기입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공수처가 이첩한 검사 사건에 대해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듯이 공수처 관할은 우선적인 것이지 배타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조 교육감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공수처도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한다면 막을 수 없다는 기류입니다. 공수처 관계자는 "만약 공수처에서 수사한 사건을 공소 제기 요구로 검찰에 보낼 경우 검찰의 사건이 된다"면서 "공수처법에 송부해야 한다 이후는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검찰이 자체 수사를 한다고 할 경우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습니다.

사실 가장 답답한 건 공수처와 검찰 수사 실무자들일 겁니다. 기소권 없는 사건을 공수처에서 수사해서 검찰에 넘긴 이후의 상황이 법률에 규정돼 있지 않으니, 양 기관은 각자에에 유리하게 해석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검찰은 공소 제기를 하고 유지를 해서 유죄를 입증하는 게 목적이니 필요하면 자체적으로라도 보완수사를 할 수 밖에 없고요. 공수처는 똑같은 검사인데 검찰이 과거 경찰에게 지휘하듯 '보완수사 요구'를 하는 게 마뜩치 않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자체적으로 보완수사에 나서게 될 경우 비효율적인 수사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워보입니다. 수사를 한 공수처로서도 수사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고요. 입법으로 풀어야 할 문제이지만, 대선에 혈안이 된 국회는 공수처법 개정 논의는 뒷전입니다. 그렇다고 수사를 하는 공수처와 검찰 실무자들은 손을 놓을 순 없습니다. 이때 검경 수사권 조정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말을 조언으로 삼을만 합니다.

"검찰이 보완 수사를 해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오롯이 검찰의 공이 되는 것이 되어버리고, 반면 검찰이 공수처에서 수사를 못해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하면 공수처는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을 겁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과 경찰이 대등한 위치가 된 이후에도 구미 모녀 사건에서 검찰의 보완수사요구를 경찰이 받아들인 걸 공수처와 검찰도 참고할 만 합니다. 검찰과 경찰도 상당히 오랜 기간 다퉈왔지만 수사의 완결성과 책임감 때문에 보완수사 요구를 수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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