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 태극전사와 함께한 17일간의 '희로애락'[도쿄올림픽]

韓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로 종합 메달 순위 16위로 마무리
국민들에게 기쁨과 슬픔, 감동과 재미 안겼던 올림픽

8일 도쿄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폐회식에서 화려한 불꽃이 주경기장 하늘을 수놓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태극 전사들과 함께한 17일간의 올림픽이 끝났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지난달 23일부터 8일까지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 등 종합순위 16위로 마무리했다.
   
대회 초반 최강 양궁에서 금메달이 터졌던 한국은 목표했던 금메달 7개, 종합순위 10위권 진입을 노렸지만 태권도와 탁구, 축구와 야구가 노 골드에 그치며 아쉬움을 삼켰다.
   
그러나 국민들은 태극 전사들의 활약으로 기쁨과 슬픔과 즐거움을 충분히 느꼈다.
   

희 : 메달 아니지만 감동+희망 쏘아 올린 종목들


1일 저녁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우상혁이 2.39m 2차시기에서 실패한 뒤 경례를 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이번 올림픽의 가장 큰 수확은 다양한 종목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온 점이다. 메달은 아니지만 높이뛰기, 수영, 다이빙, 체조, 럭비, 스포츠클라이밍 등에서 파리 올림픽의 미래를 봤다.
   
육상 남자 높이뛰기에서 4위를 차지한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은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태극 전사 중 가장 이슈가 됐다. 우상혁은 1일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는 한국 육상 트랙 및 필드 종목의 올림픽 최고 성적이었다.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지만 우상혁은 2m35를 뛰어넘었고 한국신기록을 달성했다. 특히 올림픽을 즐기던 우상혁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스포츠의 의미를 다시 느끼게 하는 장면이 됐다.
   
28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7인제 럭비 대한민국 대 일본 11-12위 결정전. 장정민이 일본 수비에 잡히고 있다. 연합뉴스

5전 전패, '아름다운 꼴찌' 럭비 대표팀도 뭉클한 감동을 줬다. 럭비대표팀은 럭비 불모지인 한국에서 약 100년 만에 올림픽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두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칭찬을 받았다. 마지막 경기인 한일전에서 온몸을 불태웠던 럭비대표팀은 한국 럭비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
   
고교생 서채현(18·신정고)이 보여준 스포츠클라이밍 활약도 눈부셨다. 서채현은 도쿄 올림픽에서 첫 정식 종목이 된 스포츠클라이밍에서 결승 무대까지 올랐다. 아쉽게 메달을 놓친 서채현은 경기 후 펑펑 울었다. 그러나 국민들은 18세 소녀의 열정과 노력에 충분히 감동을 받았다. 8위를 기록한 서채현은 새로운 종목,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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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 축구와 야구, 무너진 자존심

 
2020 도쿄 올림픽 축구 8강전 대한민국 vs 멕시코의 경기가 열리고 있는 일본 요코하마시 요코하마 국제 종합 경기장에서 6:3으로 패배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누워 아쉬워하고 있다. 요코하마(일본)=이한형 기자
 
구기 종목인 축구와 야구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축구대표팀은 31일 일본 요코하마의 인터내셔널 스타디움 요코하마에서 열린 올림픽 남자 축구 8강에서 멕시코에 3 대 6으로 대패했다. 메달 도전에 나섰던 만큼 큰 충격이었다. 최근 9회 연속 참가한 올림픽 가운데 최다 실점 패였다.
   
올림픽 전부터 지적됐던 수비 불안은 강팀 앞에서 여지없이 문제점을 드러냈다. 멕시코 선수의 개인기에 수비라인은 계속 무너졌다. 여기에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전술로 맞불을 놓았던 것은 오히려 독이 돼 3점 차 패배로 돌아왔다.
   
축구 팬들은 김 감독의 전술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감독 역시 경기 후 "전술 준비가 여러 방향으로 삐뚤어져 이런 경우가 생겼다. 모든 것은 감독인 내 책임이다. 감독이 잘못해서 힘들게 됐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5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패자 준결승 한국과 미국의 경기. 2-7로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된 대표팀이 아쉬워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야구대표팀은 4위를 하고도 만신창이가 됐다. 올림픽 시작 전부터 야구대표팀은 살얼음판을 걸었다. 대회 직전 야구계에서 터진 일부 선수들의 코로나19 방역 지침 위반과 음주로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마저 교체됐다.
   
야구계를 향한 시선이 싸늘한 가운데 준결승에 진출했지만 한일전 패배, 2차 준결승 미국전 완패, 동메달 결정전 도미니카공화국에 완패로 이어지며 분노를 떠안았다.

한일전에 나왔던 투수 고우석의 수비 실책과 경기 내내 KBO리그 간판 타선의 부진에 뿔이 났던 여론은 미국전 후 김경문 감독의 '금메달 발언' 인터뷰 때 폭발했다.
   
결국 야구대표팀은 6개 팀이 나선 대회에서 메달 없이 4위를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애 : '배구 여제' 김연경의 눈물

   
김연경이 8일 도쿄 고토시 아리아케아리나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한 후 눈물을 닦고 있다. 이한형 기자

여자 배구대표팀은 대한민국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큰 이슈를 만들었다. '배구 여제' 김연경은 해외 무대에서 국내 리그로 복귀하면서까지 올림픽 메달 획득이 간절했다.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도전이었던 만큼 모든 국민이 김연경과 대표팀을 응원했다.
   
국민의 기운을 받은 대표팀은 숙적 일본과 강호 터키까지 물리치며 4강에 진출했다. 결승 진출을 놓고 세계랭킹 2위 브라질에 패했지만 마지막 세르비아와 동메달 결정전까지 최선을 다했다. 최종 석적표는 올림픽 4위.
   
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김연경 선수가 경기를 치르고 있다. 이한형 기자
끝내 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김연경은 경기 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참고 싶었지만 흘러나오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눈물을 훔쳤고 목이 멨다. 고개까지 숙였던 김연경은 누구보다 아쉬워했다.
   
그는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했던 순간이었다"며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락 : 금메달 5개 중 4개 '스윽'…통쾌한 양궁


  
양궁 남자 대표 선수들이 26일 오후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 메달 시상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5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었고 4개를 가져갔다.
   
전국체전 1등이 올림픽 금메달보다 어렵다는 한국 양궁은 올림픽을 보는 가장 큰 기쁨이었다. 활이 10점 과녁에 꽂힐 때마다 환호가 터졌다. 황당해하는 상대 선수들의 표정을 보는 것도 재미였다.
   
도쿄에서 양궁 대표팀은 혼성전과 남녀 단체전,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 종목 금메달은 아니지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금메달 4개의 금자탑을 쌓았다.
   
여자 양궁 단체전에 출전한 장민희, 강채영, 안산 선수가 25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시상식에서 은메달, 동메달을 획득한 선수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신예 신궁' 안산은 (20·광주여대)이 한국 하계 올림픽의 새 역사를 썼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 처음 도입된 혼성전 금메달과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금메달로 올림픽 양궁 역사상 첫 3관왕으로 기록됐다.
   
강채영(25·현대모비스), 장민희(22·인천대), 안산의 여자대표팀은 단체전 올림픽 9연패도 달성했다. 대표팀은 단체전이 처음 도입된 1988 서울 올림픽부터 33년 동안 단 한 번도 단상 제일 높은 곳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통쾌함의 끝판왕은 오진혁(40·현대제철)이었다. 오진혁은 26일 열린 일본과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마지막 선수로 마지막 활을 당겼다. 9점과 10점이 나오면 금메달을 따는 상황이었다.

그는 활 시위를 놓은 뒤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당당하게 "끝"이라고 말했다. 활은 그대로 10점에 과녁에 꽂혔고 남자 단체전은 한일전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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