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故이영훈 작곡가에게 바치는 헌사…광화문연가

친숙한 명곡의 힘…아련한 향수 자극
윤도현·차지연·김성규 등 명불허전

CJ ENM 제공

"노을진 창가에 앉아 / 멀리 떠가는 구름을 보며 / 찾고 싶은 옛생각들 / 하늘에 그려요"(넘버 '소녀' 中)


1984년 어느 봄날 덕수궁. 고등학생인 '과거 수아'(홍서영·이채민)와 '과거 명우'(양지원·황순종)는 사생대회에서 이젤 위치를 놓고 티격태격하다가 친해진다. 한 살 연상연하 커플의 탄생. 두 청춘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는 무대 한 켠에서 '명우'(윤도현·강필석·엄기준)가 피아노를 치며 부르는 노래(소녀) 덕분에 더욱 아련하게 다가온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중인 주크박스 뮤지컬 '광화문 연가'는 명곡의 향연이다. 대한민국 팝 발라드 개척자 故이영훈 작곡가의 주옥같은 히트곡을 엮었다. 故이영훈 작곡가가 만든 노래는 시적인 가사와 서정적인 멜로디로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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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초연, 2018년 재공연 이후 올해 세 번째 시즌으로 찾아온 '광화문연가'는 감성 판타지 뮤지컬이다. 임종을 앞둔 명우는 죽기 1분 전, 시간여행 가이드 '월하'(차지연·김호영·김성규)의 안내에 따라 그때 그 시절 추억과 마주한다. 첫사랑 수아와 함께 했던 날들과 끝사랑이자 아내 '시영'(문진아·송문선)과 보낸 시간들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생의 순간들을 뒤로 한 채 떠나는 명우는 시영에게 말한다. "기억 속 내 인생을 채워줘서 고마워." 무대에 울려 퍼지는 명우의 마지막 말과 함께 월하의 임무도 끝난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마지막으로 기억하게 하는 것"이 그가 명우를 찾아온 이유였다. "지독했던 그리움, 화끈했던 사랑, 이별을 고하노라."

극중 배경인 1980~2000년대 풍경이 향수를 자극한다. "호헌철폐, 민주쟁취"를 외치던 80년대 데모, 90년대 대성리 MT, 2002년 한일월드컵까지. 관객도 명우를 따라 추억여행을 떠난다.

"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 / 가슴 깊이 그리워지면 / 눈 내린 광화문 네거리 이 곳에 / 이렇게 다시 찾아와요"(넘버 '광화문 연가' 中)

가창력 좋은 배우들의 목소리로 故이영훈 작곡가의 명곡을 듣는 재미가 가장 크다. 새로 합류한 윤도현의 목소리는 천장을 뚫을 것 같다. 가만히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된다. '과거 명우'(초연)에서 이번 시즌 '월하'로 변신한 김성규(인피니트)는 위트 있는 대사와 활기찬 노래로 극을 이끈다. 특히 군무 장면에서 빛을 발한다.


고선웅이 쓰고 이지나가 연출했다. 김성수 음악감독과 서병구 안무감독, 오필영 무대디자이너도 힘을 보탰다. 이 작품은 '故이영훈 세대' 창작진이 故이영훈 작곡가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다.

광화문연가는 이전 시즌에서 싱어롱 열풍을 일으켰다. 무대와 객석이 경계를 허물고 '붉은 노을'을 합창하는 커튼콜이 트레이드 마크다. 이번 시즌은 팬데믹으로 싱어롱을 생략한 대신 무대 위 커튼에 '함께 부르는 그날끼지'라는 문구를 새겼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9월 5일까지.

"이대로 떠나야만 하는가 / 너는 무슨 말을 했던가 / 어떤 의미도 어떤 미소도 / 세월이 흩어가는 걸"(넘버 '그녀의 웃음소리 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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