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배구와 야구, 같은 4위지만 '농도'가 달랐다[도쿄올림픽]

극과 극을 이룬 배구대표팀과 야구대표팀 귀국장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 김연경이 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인천공항=박종민 기자
   
같은 올림픽 4위지만 농도가 달랐다.
   
2020 도쿄 올림픽을 마친 야구대표팀과 배구대표팀이 하루 간격으로 각각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했다.
   
김연경을 포함한 배구대표팀은 9일 제2터미널 입국 게이트에서 유명 아이돌 입국장을 방불케 하는 인파 속에 금의환향했다.
   
어림잡아 취재진만 100명이 넘어갔다. 여기에 대표팀을 응원하는 팬들과 때마침 공항에 있던 시민들까지 모이면서 입국장이 마비가 됐다. 사람들은 선수들에게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그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이 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공항=박종민 기자

환호 받기 충분했다.

배구대표팀은 올해 초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교 폭력 문제로 전력에 차질이 생겼다. 대표팀 선수 2명이 빠지는 전력 공백이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대표팀은 약 3개월 동안 모든 것을 차단하고 오로지 훈련에만 몰두했다. 올림픽 직전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세계 강팀과 모의고사 담금질도 마다하지 않았다.
   
결과는 노력을 배신하지 않았다.

대표팀은 도쿄 올림픽에서 숙적 일본과 강호 터키까지 꺾고 올림픽 4강에 진출했다.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지만 배구대표팀의 4위는 올림픽의 가장 큰 감동 중 하나였다.
   

같은 4위였지만 야구대표팀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6개 팀이 참여해 메달 경쟁을 펼치는 일정 속에 어느 종목보다 메달 획득 기대가 높았지만 단상에 오르지 못했다.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은 '3위로 병역 면제를 받으면 안 된다', '차라리 져야 한다'는 좋지 않은 국내 여론까지 형성됐다.
   
여러 이유가 있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시간이 쌓아 올린 '불신'의 영향이 컸다는 점이다. 어느 스포츠보다 관심을 받았고 고액 연봉을 받지만 야구는 각종 사건·사고에 이름이 오르는 등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강백호(왼쪽) 등 야구대표팀이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인천공항=박종민 기자

결정타는 올림픽 직전 터진 선수들의 일탈이었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어긴 선수들이 음주와 숙소 무단이탈까지 했고 코로나19에 확진됐다.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가 하차하는 일까지 생겼다. 분위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미국전 후 김경문 감독의 '금메달 발언'은 팬들의 가슴을 후벼 팠다.
   
이런 분위기는 귀국길에도 나타났다. 일부의 팬과 취재진만이 야구대표팀을 반겼다. 대표팀 역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입국장을 빠져나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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