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처럼 유죄가 확정된 사건 외에 추가 수사‧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 있거나, 형기의 70%를 채우지 않은 사람이 가석방 되는 확률은 과거 통계상 전체 가석방자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가권자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번 가석방이 적법 절차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이 부회장이 극소수의 확률에 포함되면서 '재벌 특혜'아니냐는 비판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법무부는 9일 '8.15 가석방 심사‧허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부회장과 비슷한 조건의 가석방자가 더 있다는 취지의 추가 설명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박현주 법무부 대변인은 브리핑 석상에서 "2020년 추가 사건 진행 중에 가석방이 허가된 인원은 67명"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가석방자 가운데 이 부회장처럼 유죄가 확정된 건 외에 추가적인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이었던 이들(추가사건 진행 가석방자)이 67명이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제시된 숫자가 전체 가석방 인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인지는 설명되지 않은 채 브리핑은 질문조차 받지 않고 종결됐는데, 확인 결과 그 비중은 각각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교정본부의 '2021 교정통계연보'를 보면, 2020년 가석방 허가자는 모두 7876명이다. 이들 가운데 법무부가 언급한 그해 '추가사건 진행 가석방자 67명'이 차지하는 비중은 0.85%다.
형기 70% 미만 가석방자의 비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법무부가 내세운 기간인 최근 3년(2018~2020년) 동안 가석방 총인원은 2만4682명으로, 이 중 형기 70% 미만 가석방자 총 244명이 차지하는 비중은 0.988%였다. 대부분의 가석방자들은 80% 이상 형기를 채운 사람들이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추가사건 진행', '형기 70% 미만' 조건을 동시에 갖췄음에도 가석방 됐다는 점에서 유사 케이스는 더욱 드물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특혜 가석방 논란이 거세지는 배경이다.
진보성향 시민사회 단체는 물론, 여당 내에서도 극소수의 확률에 이 부회장이 포함된 것을 놓고 비판이 나온다. 참여연대는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국정농단의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가석방이 된다면 향후 앞으로 어떤 재벌총수가 법을 지킬 것이며, 어떤 중범죄자에게 가석방을 불허할 수 있겠는가"라며 가석방 허가자인 박 장관의 사퇴까지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박용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재벌총수에 대한 0.1% 특혜 가석방은 공정한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 장관은 특혜는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시행된 가석방 기준 완화 정책과 적법한 심사 절차에 따른 결과물일 뿐이라는 취지다. 박 장관은 10일 기자들과 만나 "가석방 요건에 맞춰 절차대로 진행한 것이고 이재용씨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가석방 예비심사 대상자 선정기준을 낮춰 이제 복역률 50% 이상이면 대상자가 된다"고 말했다.
가석방 본(本) 심사 전 실시되는 예비심사 대상자 선정 기준상 형집행률의 하한선이 지난달부터 기존 55%에서 50%로 완화된 만큼 문제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명시된 기준일 뿐, 그간 실무적으론 80% 이상 형기를 마쳐야 가석방이 사실상 가능했다는 점에서 박 장관의 설명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이 부회장은 가석방되더라도 취업제한 규정에 걸려 일선 복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존재한다. 이 부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규정에 따라 형 집행 종료 후에도 5년 동안 취업이 제한된다. 다만 취업 1개월 전 취업 승인신청서를 제출하고, 법무부가 심의해 박 장관이 승인하면 제한이 풀린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도 해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박 장관은 "고려한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