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증가 7월 가계대출…금리인상 명분 '착착'

가계대출 증가, 통계작성 이후 사상 최대
물가 넉달째 2%대 고공행진
고용, 다섯달째 개선
문제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심리위축

연합뉴스

정부가 나서 집값 고점을 경고하고 한국은행이 벌써 몃달째 금리인상을 시사하고 있지만 7월 가계대출이 사상 최대 증가를 기록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이달 초 발표된 소비자 물가는 넉달 연속 2%대 고공행진이고 고용동향도 다섯달 연속 증가를 기록하는 등 한국은행으로서는 기준금리를 올릴 명분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11일 내놓은 '2021년 7월중 금융시장 동향'에서 은행의 7월말 현재 가계대출은 1040조 2천억원으로 전월에 비해 9조 7천억원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런 7월 가계대출 증가규모는 지난 2004년 통계 속보치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것이다. 지금까지 최고기록은 지난해 7월의 7조 6천억원이었으니 이보다도 2조 1천억원이 많다.
 
홍남기 부총리가 나서서 '집값고점'이라며 '영끌'을 경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이 6조 1천억원 늘면서 지난 2015년 7월 6조 4천억원 증가 이후 두 번째로 많이 늘어났다.
 
한국은행 금융시장팀 박성진 차장은 "주택담보대출은 주택매매와 전세거래 관련 자금수요가 늘어난데다 집단대출 취급도 지속되면서 증가규모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적금담보대출이나 주식담보대출 등을 포함하는 기타대출도 3조 6천억 증가하면서 지난해 7월 3조 7천억 이후 가장 많았다. 기타대출 증가는 공모주 청약 관련 자금수요 등의 영향으로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증가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실제로 7월 26일과 27일 카카오뱅크 청약 증거금으로 58조원, 29일과 30일 HK이노엔 증거금으로 29조원이 몰리는 등 공모주 청약에 돈이 몰렸다.
 
이렇게 가계대출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도 한국은행에는 유리해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64만 8천 명으로, 2020년 7월 대비 54만 2천 명 늘었다.
 
이로써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는 지난 3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째 증가세를 이어 갔다.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모습. 사적모임은 4인 이하까지. 오후 6시 이후부터는 2인으로 제한된다. 이한형 기자
특히, 지난달 12일부터 수도권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는 등 코로나19 4차 확산이 고용 개선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됐으나 지난달에도 50만 명대의 비교적 큰 증가를 나타냈다.
 
여기다 앞서 지난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7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61(2015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올랐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4월 2.3% 오른 후 5월(2.6%)과 6월(2.4%)에 이어 4개월 연속 2%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4개월 연속 2% 이상 물가가 오른 일은 지난 2017년 1월~5월 이후 4년 2개월만의 일이다.
 
가계대출 증가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소비자물가가 넉달 연속 2%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고용동향도 나쁘지 않은 것은 오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해야할 한국은행에게는 '인상명분'이 착착 쌓이는 셈이다.
 
다만 변수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거리두기 4단계 강화가 이어지고 확진자수가 이날 처음 2천명대로 올라서는 등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내놓은 '2021년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를 보면 7월 전체 산업의 업황BSI는 87로 전월에 비해 1포인트 하락하면서 지난 3월 이후 상승해온 업황BSI가 5개월만에 하락했다.
 
기업들이 현재 경기를 어떻게 보는지를 나타내는 업황BSI는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고 높으면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 산업 업황BSI는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통틀어 기업들이 현재의 경기를 전망하는 것으로 100이하이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지난 3월 이후에는 그 수치가 조금씩 증가해 왔다.
 
이 가운데 제조업의 업황BSI는 97로 전월보다 1포인트 낮아졌다. 대기업의 업황BSI는 107로 전달과 같았지만 중소기업은 88에서 85로 하락했고 수출기업은 111에서 109로, 내수기업은 90에서 89로 각각 떨어졌다.
 
제조업 업황BSI가 이렇게 하락한 것은 내수가 둔화되는 가운데 원가상승 등이 겹치면서 기업들이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또 기업들이 8월달을 어떻게 보는지를 나타내는 8월 제조업 업황전망BSI는 금속가공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13포인트 하락하고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반도체와 전자부품 생산차질 우려로 4포인트가 빠지면서 제조업 전체로는 7포인트 하락한 92를 기록했다.
 
비제조업도 예술과 스포츠, 여가 등은 21포인트,도소매업 12포인트, 사업시설관리와 사업지원,임대 등은 9포인트가 빠지면서 전체적으로 4포인트 하락한 78로 파악됐다.
 
기업들이 과거보다 나빠질 것으로 보는지 좋아질 것으로 보는지를 나타내는 경제심리지수 ESI도 전월에 비해 5.4포인트하락한 103.9를 기록했다.
 
가계대출이나 물가,고용 등은 기준금리 인상의 명분이지만 기업들의 업황BSI가 나쁜 것은 한국은행에도 부담이다.
 
기준금리를 섣불리 올렸다가 침체를 가속화 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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