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간 신경전이 토론회 개최 관련 월권 논란으로 확대되면서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
표면적으론 당 경선준비위원회의 권한과 공정성 시비가 도마에 올랐지만, 핵심은 '지도부 패싱' 논란 이후 지속된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측의 기 싸움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건은 윤 전 총장 측의 토론회 참석 여부다.
이준석 대표가 11일 경선준비위원회의 토론회 결정에 결정에 재차 힘을 실으면서 당내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터져 나왔다. 대선후보자들이 참석하는 합동 토론회는 당헌‧당규상 선관위의 권한이기에 경준위가 이를 추진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게 친윤계의 주장이다.
표면적으론 대선주자들을 대상으로 한 토론회 개최 여부를 두고 당내 기구의 권한과 정당성에 대한 공방전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입당식에서부터 윤 전 총장이 '지도부 패싱' 논란에 불을 붙이며 이 대표와의 신경전이 불거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측 간 주도권 싸움의 일환이라는 게 중론이다.
당내 대선주자들과 일부 지도부 인사들까지 참전하며 전선이 확대되자, 일각에선 마치 현대판 '예송논쟁(禮訟論爭)'을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장외에 머무는 동안 크고 작은 실언으로 인해 구설에 오른 데다, 여의도 정치 경험이 거의 없어 토론에 취약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이 때문에 경준위가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마련한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도 윤 전 총장 측을 향한 압박 공세로 읽히고 있다. 윤 전 총장 측은 토론회 참석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재선의원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공식 요청이 오고 캠프 측에서 이야기가 있으면 적극 검토하겠다"고만 했다. 당 사무처는 이날 오후 1시쯤 각 대선캠프에 정식으로 토론회 참석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캠프에서 총괄실장을 맡고 있는 장제원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은 결코 토론의 유불리를 따지고 있지 않다"며 "그러나 전례가 없는데다 14명에 달하는 후보들이 한꺼번에 나와서 실력이 드러날만한 토론을 할 수 있는지 실효성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견발표 형식이 낫지 않냐는 제안을 경준위에 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론 토론회 참석 여부를 놓고 여전히 고심 중인 분위기다. 설득력 있는 명분 없이 토론회에 불참할 경우엔 토론을 회피한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고, 그렇다고 해서 정치 학습이 부족한 상태에서 참석하면 경쟁 주자들의 집중 견제 속에 약점을 노출시킬 수 있기 때문에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윤 전 총장 캠프 내 한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일단 내부에선 토론에 굳이 참석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좀 더 많은 편"이라며 "특히 첫 토론이 경제 분야라서 자칫 잘못하면 꼬투리를 잡힐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는 통화에서 "본경선이 시작되면 어차피 치러야할 과정인데 굳이 피할 이유가 있냐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측은 토론회 개최에 환영 의사를 밝혔고, 경준위의 월권을 문제 삼은 원희룡 전 지사도 참석엔 긍정적인 의사를 피력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측도 공식적으론 토론회를 비롯한 모든 당 행사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윤 전 총장을 제외한 대부분 당내 주자들이 토론회 참석 의지를 드러내면서 윤 전 총장이 고립되는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당내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토론회에 가든 안가든 가장 중요한 건 의사결정을 빨리 내려줘야 한다는 점"이라며 "시간을 질질 끌다가 참석 쪽으로 선택을 하면 결국 떠밀려서 나오게 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