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논의 연기…與, 내주 '단독처리' 할까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이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심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2일 언론중재법과 예술인 지위·권리보장법 심의를 위해 열 예정이던 전체회의를 다음 주로 연기했다.
 
언론중재법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이 지속되는 데다, 국민의힘 측 개정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문체위 국민의힘 간사인 이달곤 의원은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여당이 우리 당 안이 무엇인지를 요구했다"며 "일요일 정도까지 안을 달라고 해서 수용했다"고 연기 배경을 설명했다.
 
다음 주 월요일인 16일이 대체공휴일로 지정된 탓에 문체위 전체회의는 다음 날인 오는 17일 열릴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이 기간 동안 언론 단체를 비롯해 다양한 기관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개정안 내용을 더 다듬을 계획이다.
 
하지만 징벌적손해배상제도 등 개정안의 핵심 내용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개정안 철회를, 민주당은 무조건 8월 내 통과를 주장하는 등 양측의 이견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합의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태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언론중재위원회 판례분석 e북에 따르면 언론 상대 손해배상소송의 경우 공직자가 일반인보다 훨씬 많다. 공직자는 패소율이 높고, 기자 개인을 상대로 한 직접 손배소가 30~40%에 달할 정도로 많은데 끝까지 소송을 한다"며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런 공직자의 소송행태를 미뤄 볼 때 언론인 개인과 언론사에 엄청난 위축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의원은 "저희 당도 당장 언론중재를 신속하게 도와주기 위해 언론중재위원수를 늘리고 요청기간도 현실화시켰다"며 "그런데 민주당은 240번 버스 사건을 예로 들어 언론이 국민을 괴롭힌다며 손해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매출액의 얼마를 배상액으로 산정하라고 법원에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측은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일부 적용해 적용 대상을 축소하는 등의 추가 수정은 가능하지만 처리를 더 늦추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입장이다.

문체위 소속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고위공직자·선출직공무원·대기업 임원 등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금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자가 고의·중과실 입증책임자임을 명시 △열람차단청구 여부 표시 의무화 조항 삭제 등을 개정안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제일 걱정하시는 부분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가지고 언론사의 입을 봉쇄하기 위한 소송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고의·중과실 뿐 아니라 악의까지 입증하도록 해 정치·경제 권력의 그런 권한을 줄여보려 했는데 이를 바꿔 적용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기 결정으로 인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여야 간 합의가 될 경우 이르면 오는 17일 문체위를 통과하게 된다.
 
다만 민주당의 일부 법안 내용 수정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이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희박해, 국민의힘의 요구로 안건조정위원회가 구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해당 상임위원 3분의 1 이상의 신청이 있을 경우 여야 3인씩 동수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는 최대 90일 동안 안건을 심의해 조정안을 마련하고, 이를 30일 이내에 표결하도록 돼 있어 최대 120일 동안 법안 처리를 늦출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16인의 문체위원 중 민주당이 8인, 국민의힘이 7인을 차지하고 있어 6인 중 3인은 민주당, 2인은 국민의힘 소속 위원이 맡게 되는데, 비교섭단체 위원 1인이 민주당안에 적극 찬성하고 있는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어서 안건조정위가 만들어지더라도 민주·열린민주 4인 대 국민의힘 2인으로 구성기 때문에 범여권 단독으로 빠르게 조정안을 구성해 처리할 수 있다.
 
때문에 지난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처리 때와 유사하게, 안건조정위가 17일이나 18일에 구성되더라도 바로 조정안을 처리한 후 19일까지 문체위 전체회의를 통과시키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계획이다. 제정법이 아님에도 공청회 수준의 전문가 간담회를 여러 차례 했고, 회의 또한 충분히 마친 상황에서 추가적인 시간 끌기는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2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처리 시도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윤창원 기자
다만 국민의힘 뿐 아니라 정의당도 민주당안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고, 국내 언론관계단체와 시민단체, 학계뿐 아니라 세계신문협회 등 외국 기관까지 추가적인 공론화의 필요성과 우려를 표명하며 법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어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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