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가 토론회를 둘러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기싸움에서 밀린 데 이어 합당을 추진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합당 결렬 선언으로 스텝이 꼬이고 있다. 국민의힘 당내 갈등에 이어 제3지대라는 외부 변수 통제에도 실패하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윤석열과 토론회 기싸움… 이준석, 사실상 판정패
16일 CBS 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경선준비위원회 주관으로 18일 열릴 예정이었던 토론회를 취소하는 것에 공감대를 모았다. 토론회 개최를 주장했던 이준석 당대표도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복수의 당 지도부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단 18일 경준위 토론은 취소하는 방향으로 풀리고 있다", "이 대표도 (토론회 취소 의견에 대해) 많이 누그러졌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경준위의 1차 토론회(18일 예정)는 취소하고, 2차 토론회(25일 예정)는 선거관리위원회 출범 뒤 선관위 주관으로 진행하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다음 날(17일) 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낼 예정이다.
이로써 경준위 주관 토론회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던 이준석 당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기싸움은 이 대표의 판정패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이 대표는 경준위 주관 토론회를 양보하는 대신, 선거관리위원장 인사권에서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 대표가 토론 취소는 수용하는 분위기지만, 선관위원장 인선에 대해서는 임명권자의 권한이라며 완강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이 대표가 윤 전 총장 측과 맞서며 토론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최고위원회 내부의 반발에 이어 친윤석열계 의원들의 집단 성명까지 집중 포화를 받으면서 버티는 데 한계가 왔다.특히 전날 윤 전 총장과의 통화 내용이 녹취록 형태로 유출되면서, 그나마 있던 토론회 동력을 모두 상실했다는 평가다.
한 중진 의원은 "당 대표로서 좀 져주기도 하고 껴안고 가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대표가 속도도 빠르고 승부사 기질도 있어서 갈등이 커진 측면이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는 당내 세가 없어서 위기를 개인기로 돌파해야 하는데, 현 국면에서는 당내 아군을 찾기가 어려운 처지"라고 말했다.
안철수 '제3지대' 변수까지… 국민의당은 "이준석 책임"
윤석열과의 기싸움에서 밀린 이 대표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합당 결렬 선언으로 '제3지대 출현'이라는 변수까지 만나게 됐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두 정당의 통합을 위한 노력이 여기에서 멈추게 되었음을 매우 안타까운 마음으로 말씀드린다"고 합당 거부를 공식화했다.
국민의당은 협상 결렬의 책임을 전적으로 이 대표에게 돌리고 있다. 국민의당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앞서 합당을 논의한) 주호영 원내대표와 이준석 대표는 완전히 달랐다"며 "상대에 대한 배려나 진정성은 전혀 안 보였고 '할테면 하고, 말라면 말라'는 식이었다. 강압적으로 대하니 당원들의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합당 협상 과정에서 "합당을 위한 만남 시한을 다음 주로 못 박겠다. 다음 주가 지나면 저는 휴가를 간다"고 압박해 국민의당의 반발을 사기도 했는데, 이러한 언행이 애초 국민의당 내 합당 반대파에 힘을 실었다는 말도 있다.
안철수를 중심으로 한 제3지대 출현은 야권에겐 큰 변수다. 그동안 주요 선거에서 계속해 '캐스팅보터' 역할을 해 온 안 대표가 이번 대선에서도 키맨으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도 지난 8일 경북 안동을 찾은 자리에서 "지금 선거하면 예전보다 부산과 대구에서 우리를 찍어줄 사람이 줄어들어 5% 정도 진다"고 말할 정도로 야권이 느끼는 선거 분위기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당 안팎의 악재가 동시에 겹치며 이준석 대표가 취임 후 가장 큰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 대표가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다 압박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특유의 행동도 자제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 대표가 가져온 변화에 당도 변해야 하지만, 이 대표 빼고 모두가 현기증을 느낀다면 이 대표도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며 "대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예방주사 맞았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도 "이 대표에게 어르고 달래는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라며 "강한 언행이 아닌 진정성만 보여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