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숨진 자리…" 의정부 길가에 놓인 꽃다발 누가 치웠나[이슈시개]

'응답하라 의정부'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가는 길 혼이라도 달래려는 아비의 마음입니다."


경기 의정부에서 고등학생 일행과 시비가 붙은 뒤 사망한 30대 남성의 아버지가 사건 현장에 꽃을 놓아 눈길을 끈 가운데, 이 꽃이 치워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5일 페이스북 지역 커뮤니티 '응답하라 의정부'에 따르면 노란색 국화 한다발이 손편지와 함께 바닥에 놓인 사진이 게시됐다.

작성자는 "의정부 30대 사건 피해자의 아버지가 (아들이 숨진) 그 자리에 놓고 가셨다"며 "주저 앉아서 울고 계시더라. 마음 아파서 여기에 올려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꽃이 시들때까지만이라도 치우거나 건드리지 말아달라"며 이 앞을 지나가는 모든 분들이 이 글을 보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진 속 손편지에는 "제 아들이 사망한 자리입니다. 꽃이 시들때 까지만이라도 치우지 말아주십시오. 가는길 혼이라도 달래려는 아비의 마음입니다"라고 적혀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하지만 다음날 16일 작성자가 "누군가가 꽃을 치웠다고 한다"며 해당 소식을 전했다. 이를 접한 한 누리꾼은 "넋을 달래보려는 아비 심정을 누군가는 재차 또 짓밟았다"고 공분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어둡고 찬 곳에서 조롱을 당하며 혼자 아파했을 자식의 억울한 혼이라도 달래려는 아버지의 마음.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치우냐"고 지적했다. "도대체 누가 꽃을 건드렸나", "어떻게 치울 수 있나" 등의 비판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10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폭행치사 혐의를 받고 있는 10대 B군 등 2명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 4일 오후 10시 45분쯤 의정부시 민락동의 한 광장에서 30대 남성 A씨와 고등학생 6명 사이에 시비가 붙었다. 이 과정에서 폭행이 발생했고 B군 등은 A씨를 몸싸움 끝에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사건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라오면서 확산됐다. 피해자의 지인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지난 8일 '고등학생 일행 여섯 명이 어린 딸과 아들이 있는 가장을 폭행으로 사망하게 만들었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서 학생들의 엄벌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가해 고등학생들의 친구라고 밝힌 한 학생은 SNS를 통해 "고인이 술 취한 상태로 우산을 들고 와서 내 친구들 오토바이를 보고 멋있다고 했다"며 "친구들은 그냥 '네'라고 대답만 했는데 그 분이 먼저 혼잣말로 욕하고 폭행해서 내 친구도 폭행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의정부경찰서는 지난 10일 폭행치사 혐의로 B군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법원으로 이동하는 폭행치사 사건 고교생들. 연합뉴스

의정부지법은 13일 "사고 경위는 기존에 언론에 알려진 것과 다르다"며 "정확한 사망 원인과 그 사망에 피의자들이 얼마나 기여했는지, 피의자들이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방어권 보장을 위해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B군 등 2명은 이날 오전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의정부지법에 출석했다. 이들은 '혐의를 인정하는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