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과 황금 세대 은퇴' 女 배구 라바리니 감독, 재계약할까?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세르비아와 동메달 결정전으로 대회를 마무리한 대표팀 라바리니 감독(왼쪽부터)과 양효진, 김수지, 김연경 등이 기념 촬영을 한 모습. 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에서 혼신의 경기를 펼치며 대한민국에 깊은 감동을 안겼던 여자 배구 대표팀. 비록 메달은 따내지 못했지만 주장 김연경(33·중국 상하이)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세계 강호들과 잇따라 명승부를 펼쳐 온 국민들의 응원을 받았다.

김연경과 이른바 황금 세대들의 올림픽은 도쿄가 마지막 대회가 됐다. 김연경은 도쿄올림픽 마지막 경기였던 세르비아와 동메달 결정전 뒤 "오늘이 국가대표로 뛰는 마지막 경기일 것 같다"고 밝힌 뒤 대한민국배구협회와 협의 끝에 공식 은퇴를 결정했다.

여기에 센터 김수지(34·IBK기업은행)도 도쿄올림픽을 끝으로 태극 마크 반납 의사를 밝혔다. 김수지는 세르비아와 경기 뒤 자신의 SNS에 "너무 소중했던 나의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주축 센터 양효진(32·현대건설)도 구단을 통해 국가대표 은퇴 의사를 내비쳤다.

협회도 이와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18일 "김연경은 오한남 회장님과 면담을 통해 직접 국가대표 의사를 밝혔다"면서 "김수지, 양효진은 협회와 공식 면담은 없었지만 선수들의 뜻이 확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협회 오한남 회장과 김연경, 김수지, 양효진은 지난 9일 도쿄 나리타 공항에서 귀국 비행기에 오르기 전 심각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2020 도쿄 올림픽을 마치고 9일 귀국 비행기를 대기 중인 대한민국배구협회 오한남 회장(왼쪽부터)과 김연경, 양효진, 김수지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 도쿄=노컷뉴스

결국 도쿄올림픽 이후 여자 배구 대표팀은 완전히 새판 짜기에 들어가야 한다. 이재영-이다영(이상 25) 쌍둥이 자매들도 학교 폭력 문제로 대표팀 합류가 언제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황. 김희진(30·IBK기업은행), 염혜선(30·KGC인삼공사), 박정아(28·한국도로공사) 등이 있지만 새로운 얼굴들이 힘을 내야 한다.

여자 배구를 이끌어갈 선장이 중요하다. 일단 협회는 도쿄올림픽으로 계약이 끝난 스테파노 라바라니 감독(42)에게 재계약을 요청한 상황이다. 내년 항저우아시안게임까지 대표팀을 더 이끌어 달라는 것. 이탈리아 이고르 노바라 사령탑이기도 한 라바리니 감독은 세계 배구계의 흐름에 정통한 데다 완벽한 분석력으로 도쿄올림픽 4강을 이끌었다.

하지만 라바리니 감독이 다시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지는 미지수. 라바리니 감독은 도쿄올림픽 기간 "김연경이 이끄는 한국 여자 배구는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팀이기에 사령탑을 맡았다"고 밝힌 바 있다. 도쿄올림픽 이후 김연경 등 베테랑들이 줄줄이 떠나는 상황. 라바리니 감독이 원하는 선수 구성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당장 내년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높지 않다. 비록 도쿄올림픽 8강에서 떨어졌지만 아시아 최강 중국이 개최국으로서 금메달을 노리고, 일본 역시 명예 회복에 나설 태세다. 물론 파리올림픽까지라면 장기적 플랜을 짤 수 있지만 라바리니 감독에게 1년 연장 계약은 매력적인 카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협회 관계자는 "라바리니 감독과는 협상이 진행 중"이라면서 "1~2주 안에 결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9월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시아여자선수권대회는 불참하기로 한 만큼 당분간 대표팀의 국제 대회는 없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차기 사령탑 인선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36년 만의 올림픽 4강을 이룬 2012년 런던 대회부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해 도쿄까지 한국 여자 배구의 황금기를 견인한 김연경, 김수지, 양효진. 과연 이들이 빠진 대표팀의 새판 짜기를 이끌 사령탑이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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