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에서 구례군수 출마 의사를 밝힌 A씨는 지난 15일 구례군 이광동 부군수로부터 한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이 부군수는 "정치의 뜻을 펼치시고자 하는 분들께는 의미 있는 사안"이라며 "그 길을 가실 때에는 공무원들을 힘들게 하거나 곤경에 처하게 하시면 좋지 않다"고 적었다.
이 부군수는 이어 "공무원들은 지역사회에서 상당한 여론을 형성하고 때에 따라 영향력을 미치기도 한다. 구례군의 경우 정규직만 600여 명, 공무직까지 하면 800여 명이 된다"며 "군청과 사업소, 8개 읍·면에 분포해 있어 어딜가나 공무원이 있다고 보시면 된다. 무시 못할 상황"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이 부군수는 "제가 30년 이상 공직생활을 하며 도청, 군청에서 지켜본 실제 목격담"이라며 "도의원이 도청직원들에게 좋은 소리를 못 듣고 다음 의회에는 얼굴을 못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군에서도 군 공무원을 언급하는 지역정치인이 고배를 마시는 사례를 봤다"며 "군에서 선출직 장을 지내신 어떤 분도 무슨 일이 있어도 공무원이 다쳐서는 안 된다고 하시는 경우를 보면 이해가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면서 공감을 얻고 공직자를 보듬고 가는 전략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례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A씨는 최근 지난해 8월 사상 최악의 수해로 인해 발생한 재난폐기물과 생활폐기물 처리량을 조작하고 국고보조금을 유용한 혐의로 김순호 구례군수 등 공무원 5명과 업자 4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A씨는 이 부군수의 문자에 대해 "공무원을 힘들게 하면 선출직이 될 수 없다는 말이 결국 공무원들이 선거에 개입이라도 하겠다는 뜻이냐"며 "이는 고언을 빙자한 협박이자 이 부군수 스스로 선거 개입을 자인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문자메시지 발송 논란에 대해 이 부군수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역의 기관장들과 소통을 위해 식사자리를 하고 있고 정치에 뜻이 있으시기에 순수한 마음으로 문자를 보낸 것"이라며 "A씨가 곡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보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며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