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토트넘 6만 관중 對 K리그 무관중'의 차이는?

영국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 70%, 완전 접종 60%
한국 1차 접종 46.3%, 완전 접종 20.4%
'위드 코로나19' 방역 전환 적어도 2~3개월 더 필요
백신 접종률과 중환자 치료역량이 필수 조건
정부, 확실한 피해보상 약속과 국민 설득 필요

1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디펜딩 챔피언' 맨시티와 2021-2022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1라운드 개막전에서 손흥민은 후반 10분 결승 골을 뽑아내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새벽 영국 프로축구팀 '토트넘 홋스퍼'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 선수가 2021-2022 프리미어리그 첫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었다.
 
전년도 우승팀 '맨시티'를 상대로 멋진 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곧바로 관중석 근처로 달려가 특유의 미끄러지는 '무릎' 세레머니를 만들며 포효했다.
 
손흥민의 기뻐하는 모습에 경기장을 가득 메운 홈팬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열광했고 축제 같은 분위기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경기 장면을 지켜보면서 대한민국과 아시아를 대표하는 선수이자 이제는 '월드 클래스' 반열에 오른 손흥민 선수의 모습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1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 휘날리는 태극기. 연합뉴스
그러다 문득 '영국은 어떻게 지금 이 시국에 저럴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스쳤다.
 
당시 경기가 열린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는 6만여 명의 관중이 모여 있었으며 거리두기는커녕 팬들은 마스크 착용도 없이 열렬히 응원가를 부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축구라면 환장하는 영국인들이지만 도대체 무슨 배짱일까'라는 생각과 함께 '저들은 일상으로 돌아갔구나'하는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손흥민이 영국에서 골을 넣기 5시간 전쯤 국내에서도 프로축구 K리그 경기들이 열렸으나 그 모습은 사뭇 달랐다.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 중인 경기도 안산에서는 K리그2 대전과 안산의 경기가 열렸는데 무관중 경기로 선수들이 지르는 고함소리만이 TV를 통해 전해졌다.
 
그나마 같은 시간대 전주에서 열린 K리그1 서울과 전북과의 경기에서는 거리두기 3단계로 관중들이 띄엄띄엄 좌석에 앉아 응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스크를 낀 채 박수로 선수들을 응원할 뿐 무관중 경기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지난 8일 K리그 무대에서 복귀골을 신고한 FC서울 지동원. 연합뉴스
"영국 정부와 영국인들의 행동이 무모한 게 아니라면 왜 우리는 아직 영국 수준의 일상으로 회귀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리고 언제쯤이면 가능할까?"
 
지난 7월 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4차 대유행이 본격 시작된 이후 벌써 43일째 신규 확진자 수가 네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18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사흘 만에 다시 1800명대에 올라서 광복절 연휴 영향 등으로 인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고강도 거리두기 방역대책에도 확산세가 꺾이지 않자 조심스럽지만, 일각에서는 방역 전환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확진자 증가 억제가 불가능하다면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대신에 위. 중증 환자를 중점적으로 치료해서 치명률을 관리하자는 이른바 '위드 코로나19' 주장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는 게 의료계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서울 송파구 체육문화회관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 사진공동취재단
무엇보다 백신 접종률이다.
 
전파력이 강력한 델타 변이바이러스의 특징을 고려하면 전체 인구의 80% 이상은 접종을 마쳐야 위·중증 환자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의료계의 분석이다.
 
영국의 경우 하루 신규 확진자가 2만여 명 늘어 증가세가 여전하지만, 백신 접종률은 지난 15일 기준으로 1차 접종 69.73%, 완전 접종 59.96%를 나타내고 있다.
 
1차 접종률이 70%에 도달했을 뿐 아니라 완전 접종률 역시 60%로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은 이미 접종을 마쳤다. 특히, 1차 접종률과 2차 접종률이 10%p차로 차이가 크지 않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18일 0시 기준 1차 접종률은 46.3%, 완전 접종률은 20.4%로 나타났다. 
 
아직까지 국민의 절반이 1차 접종을 못 했을 뿐 아니라 접종을 마친 사람의 인구대비 비율도 영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모더나사의 생산 차질로 인한 백신 공급 부족마저 발생해 '백신 돌려막기'
라는 땜질 대책도 나왔다. 
 
정부에서는 1차 접종률을 높이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국민들 사이에서는 늘어난 접종 주기로 백신 효과에 대한 불신과 더불어 정부 방역대책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했다. 
 
결국, 영국 등 서유럽 국가 수준까지 접종률을 끌어올려야만 어느 정도 일상으로의 회귀가 가능한 데 그러기 위해선 최선을 다해도 앞으로 2~3개월의 시간은 더 필요해 보인다.
서울광장 임시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황진환 기자
'위드 코로나19'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백신 접종률과 함께 중환자 치료 역량을 대폭 늘리는 것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중환자 치료 역량을 2배 이상 늘리는 게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의료진과 병상 확보 등을 위한 준비 시간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지속되면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중증환자 병상과 무증상·경증 환자 수용시설 부족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16일 기준으로 전국의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 병상 총 810개 가운데 272개(33.6%)가 비어있는 상태다.
 
일부 지역의 경우는 이미 포화 상태로 충남은 18개의 중증환자 병상 중 17개 병상이 이미 사용 중이며, 대전도 14개의 병상 중 2개만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중환자 치료 역량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안타깝지만 정부가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역대책은 강력한 물리적 차단 방법을 총동원하는 것뿐이다.
이한형 기자
정부는 이를 위해 하루 버티기도 쉽지 않은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 보장을 확실히 약속하고 일상에 지친 시민들을 어떻게든 설득해야 한다.
 
물론, 국민들은 백신 접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것도 중환자 치료 역량을 늘리는 것도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벌써 1년 6개월 넘게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느라 지칠 대로 지쳤지만 앞으로 한두 달 뒤 우리가 어떤 상황에 있을지는 지금의 선택과 결정에 의해 좌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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