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이 뭐길래…'한솥밥' 먹던 친문(親文)의 분화

선두 지키기냐 뒤집기냐…치열한 수싸움 시작
일부 친문, 이재명 기본소득 놓고 공개 토론 제안
反이재명 움직임에 발끈 "전형적 흠집내기"
김종민 "이재명, 분명한 대답 못 내놔"
민형배 "그냥 특정 후보 캠프에 합류하라"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양강 구도로 고착화되면서 당내 친문 인사들의 신경전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TV 합동토론회가 본격 진행되면서 정책준비와 미래 비전 경쟁은 물론, 대권주자들의 과거 설화(舌禍)와 위법 행위, 토론에 임하는 자세와 답변 태도를 놓고도 양 캠프가 충돌하고 있다.  

향후 야권 후보와의 본선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불리한 의혹을 사전에 털어내고, 공격받을 만한 정책도 당 차원의 검증을 거쳐 수정·보완하자는 취지지만,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캠프가 선두자리 '지키기'와 '뒤집기'를 놓고 치열한 수싸움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더불어민주당 신동근(왼쪽부터), 홍영표, 김종민 의원이 지난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에게 정치개혁과 기본소득에 대한 치열한 논쟁 참여를 제안하는 입장문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이 지사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을 두고 당내 친문(친문재인) 핵심 인사로 분류되는 홍영표, 김종민, 신동근 의원 등이 공개 토론을 제안하면서 친문 분화가 더욱 도드라지는 모양새다.

지난해부터 선두자리를 지켜온 이 지사의 대표 공약에 대한 공개 검증 요구에는 친문 싱크탱크인 '민주주의 4.0'과 정세균 캠프 소속 의원들 20명도 이름을 올렸다.

홍 의원은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의 종합상황실장을 맡은 데 이어, 친문 그룹인 '부엉이 모임' 좌장을 지내는 등 핵심 친문으로 꼽힌다.

신 의원 역시 강성 친문으로 분류된다. 평소 기본소득에 반대한 자신을 향해 이 지사 측 인사가 공식 항의했다는 내용을 최근 민주당 의원 단체 텔레그램방에 올려 논란이 일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최연소 대변인을 지낸 김 의원도 친문 핵심인 전해철 현 행정안전부 장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과 교류하며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에 힘을 보탰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 페이스북 캡처

김 의원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복지국가냐 기본소득이냐'는 제목의 글을 올려 "복지국가와 기본소득은 다른 길이다. 둘 다 할 수 있다는 말은 솔직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밝혔다.

또 "이재명 후보는 기본소득을 시행할 경우 기존 복지체계는 어떻게 할 것인지 분명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이 걸어온 복지국가의 길을 반드시 이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적통을 강조하는 동시에 문심(文心)에서 다소 떨어져 있는 이 지사를 저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지사측은 즉각 발끈했다. 친노(친노무현) 좌장으로 꼽히는 이해찬계 이화영 경기도청 평화부지사는 김 의원 페이스북 글에 직접 댓글을 달아 "작문의 ABC도 모르는 질낮은 글. 정치적 목적을 위해 극단적 비유만 일삼는 괴벨스적 언어"라고 일갈했다.

기본소득 구상을 정조준한 당내 친문 진영의 공격에 이재명 캠프에 몸담고 있는 인사가 즉각적이자 원초적으로 반응한 셈이다.

이재명 캠프는 겉으로는 기본소득 공개 토론 제안을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토론 제안에 저의가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본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공약 검증 요구는 '핑계'에 불과하고, 결국 이재명 '흠집내기'를 통한 이낙연 '이득보기'가 아니냐는 뿌리깊은 불신이다.
 
여기에 기본소득 공개 토론을 제안하는 당내 인사들이 조만간 이낙연 전 대표 캠프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결국 중립을 가장했을 뿐 특정 캠프에 편향된 행보이자 '충성경쟁'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를 반영하듯 이재명 캠프 소속 민형배 의원은 이날 기본소득 토론회 개최를 주장하는 당내 인사들을 겨냥해 "그냥 특정 후보 캠프에 합류해 소신껏 그 후보의 당선을 도우라"고 비꼬았다.

민 의원은 "이미 (기본소득이) '위험'하다고 낙인찍고, '걸러져야 한다'는 결론을 앞세우면서 토론을 하겠다니,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토론을 조직해 기본소득 정책에 최대한 흠집을 낸 뒤 이재명이 아닌 다른 후보 지지를 표명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친문, 혹은 민주주의4.0 같은 공적가치를 모호하게 차용하는 건 반칙이다. 어느 캠프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다며 속내를 숨기고 '중립'과 '객관성'을 갖춘 것처럼 말씀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일갈했다.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사회조정비서관을 지낸 민 의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도 사회정책비서관을 지냈다.

이재명 캠프 김우영 정무특보 페이스북 캡처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자치발전비서관을 지낸 이재명 캠프 김우영 정무특보도 "솔직히 친문 자처 하는 분들 중에 좋은 분들 많지만 일부 호가호위하는 형들 정신차리라. 문통님(문재인 대통령)을 시대적 가치의 대변자로서가 아니라 계파정치의 우물 속에 가두려 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직격했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음주운전 논란, 지역주의 소환, 옵티머스 연루 의혹 등 서로를 향한 마타도어에 당 지도부가 '원팀' 정신을 호소하자 후보들은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지만, 캠프 인사 혹은 캠프행을 앞둔 인사 등 친문 성향의 참모 그룹 사이에서 양보없는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그동안 중립을 지키고 있던 일부 인사들의 이낙연 전 대표 캠프 합류가 현실화되면 한때 '한솥밥'을 먹던 친문 인사들의 분화 혹은 힘겨루기는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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