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외도 등을 의심해 둔기로 때려 살해한 70대 남성이 중형을 받았다.
19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51년 동안 함께 결혼 생활을 해온 아내를 둔기로 살해한 혐의(살인)로 구속 기소된 A(77)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4월 13일 서귀포시 자택에서 아내 B(75‧여)씨의 얼굴과 머리, 가슴을 둔기로 수차례 내려쳐 살해한 혐의다. 이 사건으로 B씨는 피를 많이 흘리면서 쇼크사로 숨졌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B씨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 아내가 외도를 하고, 자신의 돈 1억5천만 원을 가로챘다고 의심하며 B씨에게 추궁하는 일이 잦았다.
결국 B씨는 집을 떠나 서로 별거를 하게 됐으나, A씨는 아내를 그대로 두면 계속해서 외도를 하고 돈을 빼돌릴 것이라는 생각에 사건 당일 B씨를 집으로 불러내 무참히 살해했다.
특히 사건 직후 아들이 집에 찾아와 어머니 시신을 보며 통곡하는데도, A씨는 "너희가 죽였다"며 자녀들을 탓하기도 했다. 경찰이 왔을 때도 호주머니에 칫솔 등 생필품을 챙기기도 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아내를 살해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계획범죄가 아니라 우발적 범행이다. 아울러 피고인이 치매 등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검찰 조사에서 범행 동기와 범행 경위에 대해서 매우 상세하게 진술했다. 자신이 이해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 질문도 했다"며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피고인은 아내에게 외도와 재산 문제 등으로 추궁하다가 아내가 음식에 독극물을 넣어 자신을 살해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사건 전후 정황을 보면 계획범죄가 맞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존엄한 가치로 이를 해하는 살해 범죄는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다. 피해자는 저항도 못 하고 극심한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고인이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했다고 볼 순 없더라고 정신 상태가 온전치 않은 상태에서 범행한 것으로 보이고, 자녀들이 선처를 호소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