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오는 23일 국민의힘과 비교섭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 발표를 예고한 가운데 정치권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투기 의혹의 규모나 내용에 따라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이미 '국민 눈높이에 맞는 징계'를 공언한 바 있기 때문에 조사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이 문제에 대해 제가 공언했던 입장을 지키겠다"며 "그것을 기반으로 지도부 다른 구성원의 의견을 참고해서 결정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취임 직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부동산 전수조사와 관련해 "적어도 민주당의 기준보다 엄격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권익위 조사 이후 의혹이 불거진 12명의 의원을 상대로 '탈당 권유'라는 강한 조치를 내린 바 있다. 국민들의 분노에 직면하며 여론이 악화되자, 아예 당을 떠나 수사를 받고 결백을 증명해 돌아오라는 조치였다. 다만, 출당된 비례대표 2명은 의원직 유지를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지적을 받았고, 지역구 의원들도 일부는 탈당계를 제출한 바 있지만 10명 모두 당적을 유지하고 있어 실질적인 징계는 아니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뒤, 취임한 이 대표는 이미 '민주당보다 엄격'을 기준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어떤 수준의 조치가 내려질 지 주목된다. 일단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내용이 어떤지 판단해야 하고 부당하거나 과도한 내용도 한꺼번에 판단해 보겠다"며 "뭐라고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만약 국민의힘이 민주당처럼 출당과 유사한 조치를 단행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의석 수'다. 이미 104석으로 민주당에 비해 턱없이 적은데, 101명인 개헌 저지선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당내 부동산 부자가 많다는 점도 변수다. 지난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공개한 21대 국회 부동산 재산 상위 10명 중 7명이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민주당은 2명, 무소속은 1명이었다.
권익위는 투기가 의심되는 국민의힘 의원 10여명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투기 의혹이 드러난 의원이 민주당의 12명에 버금가거나 더 많을 많을 경우, 국민 여론은 더욱 싸늘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다수 의원들이 이미 당내 대선주자들의 캠프로 이동한 상황인데, 캠프 소속 의원들이 투기에 연루돼 있다는 점이 드러날 경우 대선 레이스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태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요청이 나오고 있다. 당내 한 초선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권익위의 부동산 전수조사가 나오면 이 대표도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본인이 말한 부분을 고려해서 원내 지도부와 함께 논의해보겠다는 식으로 리스크를 분산하면서 가야지, 이번에도 폭탄을 터뜨리면 원내 의원들이 이 대표를 외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