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왜 대선 앞두고 언론중재법 강행 무리수를 둘까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가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 우려는 물론, 언론의 건강한 비판 기능마저 위축시킬 수 있다며 정의당과 대다수 언론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는데도 더불어민주당은 강행 처리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야당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25일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를 불사할 태세다.

가짜뉴스에 대한 대처를 비롯해 언론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돼 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님에도 지도부가 왜 8월 국회 내 처리라는 무리수를 두는 지 여당내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민주당의 이같은 밀어붙이기가 6개월여 앞으로 다가 온 내년 대선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개정안의 발효 시점은 대선 이후로 정해진 만큼 직접적으로 대선 관련 언론 보도에 영향력을 미치지는 않지만, 대선 전에 이를 통과시킴으로써 강성 지지층이 요구해온 언론 개혁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면서 표 결집을 노린다는 것.
 
이른바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강성 지지층의 분노가 검찰과 언론을 향했고, 이중 검찰에 대한 '검수완박'이 어느 정도 진행되자 이제 눈을 언론으로 돌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대선주자들 역시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일부 후보들이 충분한 합의, 일부 독소조항의 조정 등을 언급하면서도 반대의 목소리를 확실히 내지 않고 당론에 따르겠다고 하는 점도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음을 반영한 것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선 기간은 소위 강성 지지층들을 의식한 발언들로 도배되는 시기"라며 "그러다보니 당도, 후보들도 자연스레 강경한 흐름으로 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적으로는 그간 원구성 협상에 대한 불만으로 상임위원장직을 모두 내놨던 국민의힘이 일부 상임위원장 25일 본회의에서 자리를 되찾아간다는 점도 작용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소관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위원장은 민주당 도종환 의원에서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국민의힘이 문체위원장을 맡게 되면 법안 처리를 최대한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상임위원장 교체 전에 서둘러 처리했을 개연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왜 각계의 반대를 무릎쓰고 8월 국회에서 서둘러 처리돼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오랜 기간 준비해온 법안이고, 언제라도 통과가 돼야 하는 법안"이라면서도 "대선 등 몇몇 부분을 살펴보면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한다"고 말했다.
 
이번 국회 내 처리가 너무 성급한 움직임이라는 내부 목소리도 나온다.
 
법안 가결을 위한 의석이 충분하게 확보가 돼 있는 데다, 야권 뿐 아니라 국내외 언론계와 학계·시민사회계 모두가 우려를 표하고 있는 만큼 국회 언론개혁특별위원회와 다수의 공청회 등을 통해 충분히 의견을 수렴한 뒤 처리해도 무리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대다수 가짜뉴스의 유통 채널인 유튜버 등 1인 미디어 관리를 위한 법안을 비롯해 민법 내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폭넓은 적용을 위한 준비 작업 등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언론중재법 하나만으로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없다는 점 또한 법안의 신중한 처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친노 원로인 민주당 유인태 전 의원은 24일 KBS 라디오에서 "언론중재법이 과반 넘는 국민들 지지는 받고 있지만 차 떼고 포 떼서 지금은 그렇게 실효성 있는 법안도 아니라고들 하는데도 조급함에 쫓기듯이 밀어붙이려고 한다"며 "172석 국회 의석이 어디로 달아나는 것도 아니고 한 템포 쉬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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