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5년차 '지지율 40%' 文, 레임덕 없는 대통령?

역대 대통령 지지율 4년 차 20~30%대로 하락
5년 차에는 레임덕 가속화 10~20%대 바닥
문 대통령, 임기 5년 차 역대 최고 지지율 유지
부정평가 50%대…'안티' 세력 만만치 않아
지지율 40% 유지 여부 내년 대선 주요 변수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Lame-Duck'이란 정치 지도자의 집권 말기에 나타나는 지도력 저하 현상을 기우뚱기우뚱 걷는 절름발이 오리에 비유에 일컫는 말이다.
 
레임덕이 발생하면 주요 현안에 대한 정책 결정이 늦어지는 등 국정 공백을 일으킬 수 있어 통치자라면 누구나 피하고 싶은 권력누수 현상이다. 
 
2017년 5월 10일 19대 대통령에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2022년 5월 9일까지로 8개월 보름가량 남았다.
 
물론 20대 대통령 선거일인 내년 3월 9일 이후에는 사실상 차기 대통령 당선자에게 권력이 순차적으로 이양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6개월여 남은 셈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경우를 보면 4년 차에 지지율이 하락해 30~20%대를 보이다 5년 차에 접어들면 20~10%대로 고꾸라져 뚜렷한 레임덕을 보여 왔다.
 
한국갤럽의 '역대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레임덕 현상을 한눈에 보여준다.
1988~2012 역대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한국갤럽 제공
14대 김영삼 전 대통령은 71% 지지율로 임기를 시작해 한때 83%까지 올랐으나 4년 차 4분기 28%에 이어 5년 차 1분기 14%로 떨어졌다.
 
결국 IMF사태 직격탄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은 불과 6%라는 단 자리 지지율로 임기를 마쳤다.
 
지지율 71%로 시작한 15대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나마 4년차 4분기 31%, 5년차 1분기 33%로 30%대를 유지했으나 임기 종료 시 지지율은 24%를 기록했다.
 
16대 노무현 전 대통령은 60%의 지지율로 시작해 4년 차 4분기 12%, 5년 차 1분기 16%를 나타냈으나 이후 지지율이 오히려 올라 27%의 지지율로 임기를 마쳤다.
 
17대 이명박 전 대통령은 52%의 지지율에서 4년 차 4분기 32%, 5년 차 1분기 25%에 이어 임기 말 23%로 퇴임했다.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은 42% 지지율로 시작해 1년 차 3분기 때 최고 60%까지 올랐으나 4년 차 4분기 지지율 12%를 기록한 뒤 탄핵당해 물러났다.
 
그렇다면 임기 마지막 5년 차 2분기에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레임덕은 찾아왔을까?
 
지난 23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가 3주 연속 40%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를 받아 지난 17~20일 성인 남녀 2,0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 응답자의 41.6%가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조사에 비해 0.4%포인트 하락한 것이기는 하지만 지난 8월 1주 차 조사(41.5%) 이후 3주째 1%포인트 이내의 변화율만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20~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7명을 대상으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지난주보다 0.7%포인트 하락한 39.5%로 집계됐다.
 
KSOI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아래로 떨어진 건 6월 중순 이후 9주 만이다.
 
수치상으로 나타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아직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견고해 레임덕이 발생했다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역대 정권의 레임덕 현상을 보면 도덕성이나 자질이 부족한 인사를 쓰려다 문제가 발생하면서 시작해 이후 대통령 측근이나 친인척 비리가 터지면서 절정에 도달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런 경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비롯한 잇따른 인사 문제로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고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 측근 관련 사건들도 불거졌으나 결정타는 없었다.
 
올해 초 만해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레임덕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들이 우세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두 곳 모두에서 완패했는데도 대통령의 40% 지지율은 여전하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분석들이 많다. 코로나19 같은 국가 비상사태에서는 국민이 정부를 의지하고 따르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 18일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를 현장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최근 백신 수급 부족 등의 문제로 '삐끗'하고는 있으나 정부가 부르짖고 있는 'K 방역'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과거 민주화 운동을 경험하고 지금은 가장 많은 인구수의 부모세대가 된 진보적 성향의 40·50대 콘크리트 지지층이 버티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레임덕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앞서 인용한 리얼미터와 KSOI 조사 결과를 보면 부정평가는 각각 55.7%와 57.2%로 긍정평가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또, 한국갤럽의 최근(6월 29일~7월 1일) 조사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49%로, '여당 후보 당선이 좋다'고 한 답변 38%를 크게 앞질렀다.
 
이는 문 대통령에 대한 '안티'세력도 만만치 않아 정권 심판 여론이 상당하다는 방증이다.
 
임기 동안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부동산 문제는 20차례가 넘는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효과를 보지 못해 문재인 정부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돼 버렸다. 
 
'K 방역' 역시 4차 대유행 확산세가 길어지고 백신 수급 문제도 원활히 풀리지 않는 등 상황이 더 꼬인다면 문 대통령에게는 '양날의 검'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40% 유지 여부는 다가오는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여, 야 후보 모두에게가장 중요한 관심사항 가운데 하나다.
 
40%대가 유지된다면 여권 후보는 '친문 적자' '정권 계승' 이미지를 부각하려 할 것이고, 레임덕이 발생한다면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려 할 것이다. 
 
야권 후보 역시 '정권 교체'라는 기본 프레임 아래 레임덕 여부에 따라 다른 전략·전술을 구사해야 한다.
 
어느 정권이나 임기 말이 되면 권력기관들 가운데 검찰, 국가정보원, 경찰 등의 순으로 이탈한다는 떠도는 말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부터 검찰 개혁을 부르짖어왔고 전 검찰총장이 제1야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 주자로 나선 것만 보더라도 검찰 분위기는 설명이 필요 없어 보인다.
 
국가정보원은 겉으로 드러난 동향은 없는 듯하다. 
 
다만, 청주지역 노동 활동가 4명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스텔스기 도입 반대 시위 등을 주도했다는 최근의 '청주 간첩단' 사건 발표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다른 사람도 아닌 박지원 원장의 국정원이 지금 굳이 왜 간첩단 사건을 발표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면서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넘겨야 하는 원내 강경세력의 불편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경찰은 인원도 많고 검찰처럼 동일체 의식이 강한 것도 아니라 임기 말 조직적 이탈 여부가 발생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최근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이 경찰대 총동문회 홈페이지에 정보수사 전문가들을 캠프 인력으로 선발하겠다는 모집공고를 내 경찰 내부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어느 정권이나 말미에는 정치적 상대방이 권력을 얻기 위한 투쟁의 도구로서 레임덕 현상을 부르짖기 마련이다.

40%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역시 실제로 나타나든 안 나타나든 레임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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