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세월호 보도개입' 이정현 방송법 위헌 청구 기각

"방송편성 규제·간섭 금지, 위헌 아냐"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산소 대심판정에 입장,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방송 편성에 관한 규제와 간섭을 금지하는 방송법 관련 조항에 대해 이정현 전 의원이 헌법소원을 냈지만 합헌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31일 방송법 제4조 제2항의 '간섭'에 관한 부분과 그 위반 행위자를 처벌하는 옛 방송법 제105조 등에 대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결정했다.
   
이 전 의원은 2014년 대통령 비서실 홍보수석비서관을 맡으며 한국방송공사(KBS) 보도국장에게 직접 전화해 당시 '9시 뉴스'에서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건을 비판적으로 다룬 기사에 대해 항의했다. 이 전 의원은 향후 그러한 비판 보도를 중단하거나 대체하라고 요구해 검찰에 기소됐고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전 의원은 해당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고 재판부에 방송법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도 했지만 기각되자 이번 헌법소원을 냈다.
   
앞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나왔던 사건은 2심에서 벌금 1000만 원으로 감형됐고 지난해 확정됐다.
   
이 전 의원은 헌법소원에서 "방송법상 방송편성에 대한 간섭이 금지되고 위반 시 처벌됨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 조항은 그 간섭행위의 내용과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왜곡되고 불공정한 보도에 대한 정당한 언론비판 행위와 방송편성 간섭 행위 사이의 구별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또 "시청자는 왜곡된 보도에 대해 의견 내지 비판을 할 수 있음에도 이를 방송편성에 대한 간섭이라고 금지·처벌함으로써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헌재는 "심판대상 조항은 방송사 외부에 있는 자가 방송 편성에 관계된 자에게 편성에 관해 특정한 요구를 하는 등 자유롭고 독립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 일체를 금지하는 취지임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그에 의해 금지된 행위,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헌법이 요구하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과잉금지원칙 위반과 관련해서도 "심판대상 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 그에 따른 국민의 자유로운 의견·여론형성이라는 공익에 비해 방송편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하는 사람이 받는 불이익이 크지 않아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