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가 죽였다" 제주 중학생 살해범들, 서로에게 책임 떠넘겨

제주 중학생 살인사건 피고인 백광석(48). 고상현 기자

제주의 한 주택에서 중학생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백광석(48)과 김시남(46). 첫 재판에서 이 둘은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사죄하면서도 서로에게 살해 책임을 떠넘겼다.
 

백광석 "주도한 것도, 목 조른 것도 김시남"

1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살인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백씨와 김씨 사건 첫 공판을 진행했다.
 
신상정보가 공개된 백씨와 김씨는 황색 수의를 입고 마스크를 쓴 채 법정에 섰다.
 
먼저 백씨는 살인 외에도 피해자 주거지에서 가스밸브를 끊거나 절도 행각을 벌인 혐의 등 공소사실에 대해서 모두 인정했다. 다만 "피해자를 고의로 살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백씨 측 변호인은 "김시남에게 피해자를 제압하는 것만 도와달라고 했는데, 현장에서 김씨가 선제적이고, 주도적으로 살해 범행을 저질렀다. 목 조른 사람도 김씨다"라고 주장했다.
제주 중학생 살인사건 피고인 김시남(46). 고상현 기자

김시남 "내가 넘어진 사이, 백광석이 구타하고 목 조른 것"

반면 김씨 측은 "백씨와 함께 피해자 주거지에 침입한 사실은 인정한다. 다만 피해자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넘어졌다. 그 사이 백씨가 피해자를 구타하고 목을 졸랐다"며 살해 혐의를 부인했다.
 
이런 탓에 검찰은 이날 백광석과 피고인들의 성격‧행동유형을 분석한 대검찰청 통합심리분석관 3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오는 29일 2차 공판에서는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백광석·김시남 "피해자와 유가족에게는 죄송"

백씨와 김씨는 서로에게 살해 책임을 떠넘기면서도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사죄했다.
 
백씨는 "저 때문에 이런 일(살해 사건)이 일어났다. 제 책임이 크다. 진짜 하늘나라 간 ○○(피해자 이름)에게 죄송스럽다.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김씨 역시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 평생 사죄드리면서 살겠다"라고 말했다. 재판장이 "피해자가 무슨 죄냐"라고 하자, 김씨는 "아무런 죄가 없다"며 울먹였다.
백광석(48·사진 왼쪽)과 김시남(46). 제주경찰청 제공
백광석과 김시남은 지난 7월 18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의 한 2층짜리 주택에 침입해 김모(16)군의 손‧발을 테이프로 결박한 상태에서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백씨는 김군 어머니와의 사실혼 관계가 틀어지자 앙심을 품어서 김군을 살해했다. 백씨는 평소 김군 어머니에게 "너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아 가겠다"고 협박했다.
 
백씨는 혼자서 자신보다 체격이 큰 김군을 제압할 수 없어서 지인인 김시남을 범행에 끌어들였다. 백씨는 범행을 도와주는 대가로 김씨에게 990만 원의 금전을 지급하기도 했다.
 
살해 직후 백씨는 주택에 홀로 남아 증거 인멸을 위해 김군 휴대전화 2대도 파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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