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자발찌 반 년만에 6천→8천, 대책 없이 채우기만 급급

강씨, 범행 전 무단 외출 2번, 보호관찰소 직원 한 번도 못 만나
지난해 가석방 일반사범까지도 전자발찌 착용하며 대상자 급증
전자감독 관리·감독 부실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연합뉴스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한 강모(56)씨가 범행 전 두 번이나 야간 외출 위반이라는 전조 증상을 보였지만 보호관찰소 직원들은 대면조차 하지 못하며 참사를 막지 못했다. 전자발찌 착용을 조건으로 사회에 풀려난 이들이 급증하면서 관리·감독이 부실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닥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씨 범행 전 무단외출 '2번'…보호관찰소 직원 한 번도 못 만나

2일 CBS노컷뉴스 취재에 따르면, 강씨가 전자발찌를 훼손하기 전 두 번이나 야간 외출 제한(밤 11시~이튿날 새벽 4시)이라는 준수 사항을 어겼지만 보호관찰소 직원은 두 번 다 강씨를 만나지 못했다. 첫 번째 무단 외출을 한 6월 1일. 강씨가 밤 11시가 넘었는데도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경보가 울리자 보호관찰소 범죄예방팀이 출동했다. 그러나 강씨가 귀가했다는 전화통화만 한 채 강씨를 만나지 않았다.

전자발찌를 끊은 당일인 지난 달 27일 새벽에도 두 번째 무단 외출이 있었지만, 범죄예방팀은 강씨의 집까지 갔다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자택 내부 확인 없이 문 앞에서 통화만 했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이미 귀가가 확인돼 위반 사실에 대해 추후 소환 조사하겠다고 고지했다"면서 "대상자가 집으로 이미 복귀해 위반을 하지 않은 상태가 돼 이런 경우 통상 다음에 소환해 위반 사실을 조사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자발찌를 끊은 당일 오후 5시 반까지 17시간이 넘도록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전자감독은 단순히 위치만 파악하는 게 아니라 면담을 진행하며 범죄 욕구를 줄이는 등의 심리적 관계도 형성해야 하는데 대면조차 하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위반 증거 자료가 남기 때문에 담당자가 날짜를 정해 소환한 뒤 조사한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적은 인력에 폭증한 전자발찌 대상자를 감당할 수 없어 한계에 직면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법무부 관계자는 "서울 동부 같은 경우 범죄예방팀이 직원 1명, 실무관 1명 밖에 근무를 하지 않기 때문에 야간 시간 때 모든 경보를 책임진다"면서 "강씨가 무단 외출했을 때 들어가라고 경고 조치를 하고 다른 처리를 위해 또 출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전자발찌 한 번이라도 찬 사람 8천명, 반 년만에 2천명 '폭증'  

법무부는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지난해 8월부터 전자장치 부착 대상자를 가석방자 가운데 살인·성폭력·유괴·강도 등 4대 특수범죄에서, 전체 범죄 사범으로 확대했다. 일반 사범 중 보호관찰소 심의를 통해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받은 가석방자들은 기존 특수 사범용 전자발찌의 3분의 2 크기로 개량된 전자장치를 항시 착용해야 한다.

이로 인해 한 번이라도 전자발찌를 착용했던 사람은 2016년~19년까지 4천명대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가석방 일반사범이 포함되면서 6천명 수준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올해 7월 기준으로는 8166명으로, 8천명을 넘어섰다. 또 다른 법무부 관계자는 "8166명은 지난해 말까지 전자발찌를 찬 사람과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자발찌를 찬 사람의 합이긴 한데 이 중에는 종료된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가석방자 가운데 아주 단기인 경우 전자발찌를 10일 미만으로 착용하는 경우도 있어서다.

하지만 단기 착용자라고 해서 감시·감독 제외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특수 사범들과 똑같이 서울과 대전 두 곳에 위치한 위치추적관제센터(관제센터)의 24시간 감독 아래 놓이고 전국 57개 보호관찰소 보호관찰관의 관리를 받는다. 당연히 보호관찰관의 업무는 폭증할 수 밖에 없다. 앞서 법무부 관계자는 "전자발찌를 짧게 채웠어도 한 번 채우려면 교도소에 가서 채우고 여러가지 행정처리를 해야하고 부가 사항이 있으면 그런 것까지 감독을 해야한다"면서 "전자감독 제도를 활용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인력은 없고 사건은 너무 많다"고 하소연했다. 법무부는 전자발찌 살인사건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달 30일 브리핑을 통해 "최근 5년간 전자감독 인력이 많이 충원됐지만, 전자감독 대상자도 약 2200명이 늘어나 지속적인 인력증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책 없이 전자발찌 대상자만 늘려…정책 실패" 

윤웅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이 지난 8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전자감독대상자 전자장치 훼손 사건 경과 및 향후 재범 억제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현장 인력을 충원한다해도 지난해 부터 시작된 전자발찌 착용자 급증세를 감당하기란 무리라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나온다. 수용자들의 인권 보호만 내세웠던 정책의 기조를 바꿔야 하는 갈림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두 번이나 상습적으로 준수사항을 위반했으면 보호관찰소 직원이 집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대면도 하지 않고 조사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서 "전자감독 제도가 재범 억제력이 좋다면서 대상자를 넓혀 폭증했기 때문에 그럴 여력이 없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고위험군 범죄자의 재범 가능성을 줄이려고 도입한 게 전자발찌인데 고위험군을 관리하는 보호 처분을 대체형벌로 쓰려고 했다가 정책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자발찌가 범죄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생각만 가지고 법무부가 전자발찌를 모든 범죄의 치트키로 쓰고 있다"면서 "전자발찌가 범죄 예방에 효과적일지 모르지만 범죄를 억제하는데는 충분하지 않다. 전자발찌를 차고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도 많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승 연구위원은 "중간지대를 만들지 않으면 전자발찌 착용자는 더 증가할 수 밖에 없고, 아무리 법무부가 인력을 늘린다고 해도 늘어나는 대상자를 다 관리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 "전자발찌의 한계를 깨달았다면 중간 처우와 같은 또 다른 사회적 처우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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