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선택 방지 조항'이 뭐길래…경선 '깨느냐 마느냐'로 비화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 유승민 후보, 최재형 후보, 윤석열 후보. 윤창원·이한형 기자

경선 진행이냐 파행이냐.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역선택을 둘러싼 갈등이 경선 진행 여부까지 결정짓는 수준으로 심화되고 있다. 1,4등 주자인 윤석열·최재형 후보와 2,3등 주자인 홍준표·유승민 후보 등 선두그룹 사이에 전선이 그어졌기 때문이다.

역선택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국민의힘 경선에 개입해 일부러 약체 후보에 투표를 함으로써 민주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도를 만드는 행위를 말한다. 실제로 역선택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 사례를 확인되지 않지만, 현재 이 이슈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의 최대 쟁점이다.  

앞서 경선준비위원회가 확장성을 강조한 당헌당규의 취지와 역선택의 실효성 등의 문제 등을 감안해 방지 조항을 도입하지 않기로 했지만, 이후 출범한 선거관리위원회는 이 문제를 원점에서 검토 중이다. 관련해 이준석 대표는 2일 "선관위는 기추인된 경준위 안을 수정하고 적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확인했다.

국민의힘 정홍원 대선후보 경선 선거관리위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관위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문제는 정홍원 위원장의 경우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하자는 쪽에 의중이 실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최재형 후보와 같은 입장이다. 역선택 방지 조항이 '고립 전략'이라고 주장하는 홍준표, 유승민 후보 측에서 정 위원장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강한 반발을 쏟아내는 이유다.

유승민 후보는 이날 SNS에 정 위원장을 겨냥해 "여덟 분의 후보가 반대하고, 역대 대선후보 경선에서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대선 패배를 초래할 게 뻔한 경선룰을 기어코 만들겠다면 유승민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 위원장이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할 경우, 마지막 컷 오프에 남을 가능성이 높은 4명 후보 중 2명이 경선 진행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갈등의 수준이 아니라 경선 일정 자체가 꼬인다는 말이다. 홍 후보와 유 후보 쪽에서는 이미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할 경우를 두고 '강경대응'을 넘어 '파국'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한 상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2,3등이 경선을 보이콧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라며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은 단순히 도입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경선이 예정대로 진행될지 여부를 결정짓는 이슈"라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정 위원장의 최종 결단에 쏠린다. 그는 이날 당내 주자들을 향해 "개인의 영달보다 역사에 칭송받는 사람으로 기록되는 후보가 될 수 있도록 각오를 달리해 주실 것을 거듭 호소드린다"며 "처음도 나중도 공정이라는 가치를 최고 목표로 삼고 사심 없이 경선을 이끌어 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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