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쓰레기 까보니…절반은 퇴짜, 그냥 묻으라고요?" ②"쓰레기 반입 저지, 시민을 볼모로 할 수 있나요?" ③"품격의 전주, 언제까지 '쓰레기 대란' 참아야 하나요?" (계속) |
"쓰레기 반출을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북 전주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주민에게 전파한 내용이다.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으니 가정마다 쓰레기를 가급적 배출하지 말아 달라는 공지였다. 아파트 한쪽에는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참다못해 '주민 감사' 나선 시민
이 아파트에 사는 김길중 씨(54)는 "집에도 쓰레기가 쌓여가고 있고, 버릴 수도 없다고 하니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씨가 사는 아파트뿐만 아니라 다세대 주택처럼 주거지를 비롯해 관광지, 공공기관 등 어디서도 쌓여가는 쓰레기를 찾아볼 수 있다.김 씨는 19세 이상 주민 300명 이상의 서명을 받고 감사원에 주민감사 청구를 요청할 계획이다.
3건의 협약서
그의 주장은 '전주시의 강력한 행정력'으로 수렴하나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주민지원협의체와 전주시가 맺은 협약서가 해당한다.애초 쓰레기 처리시설을 건립하려다 주민들의 반대에 직면한 전주시는 여러 조건을 건 협약을 맺으며 간신히 지금의 전주시 삼천동 부지에 쓰레기 처리 시설을 들였다.
폐기물 매립장(2004년), 소각장(2006년), 리싸이클링(2017년) 등 3가지 처리 방식마다 존재한 주민지원협의체가 각각의 협약을 맺었다. 대체로 전주시가 갑(甲), 주민지원협의체가 을(乙)로 규정하면서 갑의 의무와 을의 권리 등이 담겨 있다.
가령 갑이 을에게 주민지원기금으로 4억 원을 현금으로 폐기물처리시설 사용종료까지 연도별로 지급해야 한다는 식이다. 이에 따라 전주시는 주민이 아닌, 주민지원협의체에 주민지원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주민지원기금을 시가 직접 운용 관리하라"는 국민권익위원회와 감사원의 지적에도 주민지원협의체와 협약을 파기할 수 없다는 전주시의 접근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
협의의 끈
쓰레기 처리시설의 수명이 도래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소각장(2026년), 리싸이클링(2036년), 폐기물 매립장(2043년)은 각각 사용 기간이 정해져 있다.한정된 전주시의 토지, 인근 주민의 협의가 힘든 점을 고려하면, 새로운 부지에 시설을 건립하는 것 보단 기존 부지에 시설의 수명 연장 또는 다시 지을 가능성이 우세하다.
이로 인해 전주시는 현재의 주민지원협의체와 협의의 끈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전주시가 주민지원협의체의 성상 검사 강화로 '쓰레기 대란'이 일어날 때마다 강하게 저지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쓰레기 대란에도 약 17억 원의 예산을 들여 쓰레기를 위탁 처리했다.
이와 관련해 전주시 관계자는 "과거 쓰레기 처리시설 유치과정에서 전주시가 '을'의 입장이니 협약이 균형이 잡히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며 "새 협의체가 구성되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